무혈수술법|「메스」없이 뇌종양 제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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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외과적 수술하면 우리는 날카로운 「메스」와 출혈을 연상한다. 그러나 최근의 의학기술의 발달은 수술실에서 「메스」를 필요 없게 만들고 있다.
미「캘리포니아」대학의 신경외과 교수인 「로버트·랜드」박사는 불치의 뇌종양을 「메스」의 사용없이 피 한 방울 흘리지 않고 제거하는 수술(?)에 성공, 이 분야에 새로운 길을 제시하고 있다.
그의 「아이디어」자체는 간단하다. 암이라는 괴물이 주인(사람)의 세포 안에서 혈관을 통해 영양물질을 공급받으면서 자라나는 독자적인 세계를 지니고 있다는 사실에 착안, 영양물질을 공급하는 혈관을 차단해 버리면 암세포가 결국 굶주려서 죽을 것이라는 극히 상식적인 접근이다.
「아이디어」자체는 간단하지만 암세포에 영양물질을 공급하는 혈관을 차단해 버린다는 것이 그렇게 용이하지는 않다. 「랜드」박사는 초전유성자석을 이용해서 <그림>에서 보는 바와 같이 액체「실리콘」에 철구를 실어서 경자맥을 통해 주입, 뇌종양에 영양물질을 공급하는 혈관까지 유도해서 혈관을 차단하는데 성공한 것이다.
결국 「랜드」박사의 「메스」를 사용하지 않는 부혈수술법이라는 것은 일종의 혈전증을 일으켜 암세포의 아사를 초래케 하는 방법이다.
초전유성자석은 강력한 자장을 얻기 위해 액체「헬륨」을 이용, 전자석을 절대영도(기체상태에서 모든 분자가 운동을 중지하는 온도. 화씨「마이너스」459·67도) 가까이 냉동시킨 것. 이 자석을 이용하면 혈류 속에 주입한 철구(현미경으로 봐야 보일 수 있을 정도로 아주 작은 철구이다)가 원하는 부유의 혈관에 틀어박히게 할 수 있다.
「랜드」박사는 새로운 이 「테크닉」으로 5명의 암 환자를 죽음직전에서 구출할 수 있었다고 주장한다.
「메스」를 전혀 대지 않고, 피 한방울 흘리지 않고 암세포의 아사로 종양을 제거하는 「랜드」박사의 새로운 수술법(?)이 암 퇴치에 어느 정도 공헌할지는 앞으로 두고봐야 알겠지만 이 분야에 새로운 길을 제시했다고 해서 「랜드」박사의 개가는 높이 평가되고 있다. <김영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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