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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필용 소장 등 독직사건 그 내막-해임에서 선고공판까지의 낙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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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소문나더니 기어코>
전 수도경비사령관 육군소장 윤필용 등 피고인에 대한 독직사건은 군부 뿐 아니라 일반 사회에 큰 충격을 줬다. 이 사건은 28일 상오 육군 보통 군재의 결심 공판을 계기로 범죄개요가 밝혀졌다. 「큰 수술이다」「윤 장군이 이럴 수가…」 「소문이 떠돌더니 기어이 터졌군」등 특보 판과 「라디오」앞에서 제각기 한마디씩 충격의 반응을 보였다. 이 사건은 지난3월6일부터 고위층의 특명으로 수사가 진행, 약 2개월에 걸쳐 군의 큰 산맥을 도려내는 숙군으로 번졌다.

<친분관계 떠난 조사>
수사가 비밀리에 진행되는 동안 갖가지 「루머」와 어려움이 따랐지만 고위층에서 이 사건을 수사함에 있어 전투력을 약화함이 없이 피의자들에 대한 선입감과 친분을 떠나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군을 바로잡는 뜻에서 공정과 철저를 기하도록 하라는 지시가 내려졌다는 것이다. 3월7일 윤 소장이 해임되면서 수사는 본격화했다. 그러나 때마침 노재현 참모총장이 도미 중이었기 때문에 노 총장의 귀국을 기다렸다가 3월28일 윤 소장을 정식 구속했다. 죄목은 업무상 횡령·알선수회·군무이탈·기부금품모집금지법 위반 등 8가지.

<3천5백만원 저택>
조사에 따르면 윤 소장은 이번 사건에 있어 「수도경비사의 참모장이었던 손영길 준장이 부대운영을, 그리고 사생활에 대해서는 비서실장과 주임상사가 도맡아 처리했다』고 진술했고 부하들은 『모두 윤 사령관의 지시대로 했을 뿐이다』라고 진술했다.
윤 소장 그리고 손 준장 및 김성배 준장 등 피의자들의 가택수색에 나섰던 수사관들은『피의자들의 가옥이 모두 수천만원대의 호화주택인데다 가구·장구 등이 진기 고가품으로 가득하고 고급승용차·엽총·귀금속품 등 치부의 도가 상상을 벗어난데다 부인들의 수사관을 대하는 태도가 안하무인격이어서 가일층 사명감을 갖고 수사를 하게 됐다』고 말했다.
윤 소장이 재임한 동안 사사건건 상부지시를 불복하고 인사 및 이권관계에 압력을 가해 수도경비사가 「필동육본」이란 말이 나돌 정도여서 노재현 참모총장은 윤 소장에게 2회에 걸쳐 경고했는데도 계속 태도를 고치지 않아 노 총장은 『윤 소장의 인사조치를 구상 중이었다』는 것이다. 조사에 따르면 윤 소장은 매일 상오10시에 출근하여 하오에는 정구와 오락으로 소일했고 매주 토·일요일은 물론 평일인 수요일에도 N 및 H「골프」장을 출입했고, 싯가3천5백만원짜리 저택 등 수억에 달하는 축재를 하여 주위사람으로부터 『현역군인이 저럴 수가 있느냐』는 말을 들어왔다는 것이다. 수사당국은 윤 소장이 1천만원짜리 적금증서를 은닉한 사실도 적발했다.

<돈주고 나서 후회도>
경제인과의 접촉은 중개인을 내세워 『윤 장군은 실력자이니 장래를 봐서라도 친해두는게 좋다』고하여 P모 사장(H제과회사)의 경우 한국문화인쇄사장 이모씨의 권유로 윤 소장을 사귀기 위해 2백만원을 제공했는데 이번 사건이 터지자 『괜히 돈만 뺏겼다』고 토로했다는 것이다. L모 회장(모 건설회사)의 경우 압력에 못 이겨 윤 소장과 친분이 있는 모 예비역장교를 부사장으로 채용, 매월20만원씩의 봉급을 지급하면서 접근역을 담당토록 했으며 D일보의 K모 사장은 H일보사의 말단 광고사원인 윤 장군의 처남 허모씨를 부장으로 특채, 교량역을 맡게 했다는 것이다.

<자녀마다 차 한대씩>
윤 소장의 자택에는 현역군인 6명이 상주하면서 청소 등 잡역까지 맡았고 자가용 「세단」2대와 「지프」3대 등 5대의 자동차로 3명의 자녀를 통학시킨 사실도 밝혀졌는데 윤 피고인은 수사관에게 『내 재산이 얼마나 되는지 나도 잘 모른다.

<월20일간을 요정서>
이 사실이 밝혀지면 상사가 나에게 실망할 것이다』고 진술했다는 것이다. 조사에 따르면 윤 소장은 주4회·월20회 정도를 요정에서 보냈으며 하루에 일반요정과 비밀요정을 함께 드나들기도 했다. 그가 자주 드나드는 서울시 한남동 모 비밀요정 「마담」은 수사관에게 『윤 장군을 조사하는 모양인데 그분이 알면 당장 모가지다』고 말하더라는 것. 70년11월부터 2년 동안 탕진한 유흥비는 1천만원으로 추산된다는 것이다.

<금제 열쇠만도 20개>
손영길 준장은 2, 3년 안에 서울 성북동에 싯가2천5백만원짜리 집과 사채 대여·현금·은행적금·귀금속류·고급승용차 등 억대의 치부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손 준장이 금년1월 진급하자 백금 및 황금계급장이 30여조, 금으로된 행운의 열쇠 20개(1백50돈쭝)가 축하품으로 들어왔고 일부 아부족들은 손 장군이 참모총장이 될 것이라는 판단에서 백금으로 된 4성 계급장을 선사한 사실이 적발되었다.
또 손 준장 집 수색에서 싯가1만3천「달러」(5백20만원)짜리 「벨기에」제 엽총 7자루 등 고급엽총 30여 자루가 나와 수사관들을 놀라게 했다.

<백금 4성 계급장도>
손 장군의 가택수사 때 부인 김모 여인은 『우리 남편이 무슨 죄가 있느냐. 당신들은 모가지가 몇개 있기에 감히 수사하느냐』고 도도한 태도로 수사관을 호통쳤다 하며 대통령하사금까지 횡령한 돈으로 예금한 통장이 적발된 뒤에야 수그러지며 『잘 좀 봐달라』고 했다는 것이다.

<군이 더욱 명랑해져>
윤 소장 구속이 군내에 알려지자 『군에 몇개 사단의 전력이 「플러스」된 효과를 냈으며 군이 명랑해졌다』는 것이 장교층의 여론.
피고인 유갑수 중령은 현역의 신분으로 2중으로 월봉20만원을 받으며 S신문사에 근무, 13개월이나 군무 이탈을 했는데 『윤 장군이 가 있으라고 했는데 무슨 잘못이 있느냐』고 진술했고, 지성한 대령도 공금횡령 사실에 대해 혐의 사실을 부인하려다가 재판관들로부터 호통을 받았다는 것이다.

<명절 땐 선물 쏟아져>
윤 소장은 재판관에게 『나를 이렇게 나쁜 사람으로 만든 것은 모두 내 주위 사람들 때문이다』라고 진술했다. 육본인사 진급실에 근무한 김성배 피고인의 수첩을 압수하여 조사한 결과 72년도 진급 때 청탁 받은 사람이 무려 3백명에 이르렀는데 증회한 사람만 무리하게 진급시킨 사실을 밝혀냈다. 대부분의 피고인들은 0『명절 때가 되면 귀찮을 정도로 선물이 들어와서 지금 기억도 안 난다』고 진술하기도 했다.

<"나쁜 것 주위 사람">
공판정서 특별방청을 하고 나온 한 군인은 『추상같은 단죄에 나도 모르게 숙연해졌고 죄상을 낱낱이 들어보니 군인은 부인을 잘 얻어야 되겠다는 것을 새삼 느꼈다』고 말했다.
지난 7일 수사기관으로부터 군 검찰에 송치된 이 사건은 26일 결심공판에서 구형, 28일 9피고인에 대해 모두 실형이 선고됐는데 군형법에 따르면 보통군재 관할관인 참모총장은 선고 일로부터 15일 이내에 판결 확인, 5일 이내에 판결확인서를 피고인에게 송달해야 하며 피고인들은 그로부터 7일 이내에 고등군재에 항소할 수 있다. 관할관인 참모총장은 판결 확인 과정에서 감형이나 형 집행 면제조치를 취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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