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공약사업 대립 … 예산안 해 넘기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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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예산안의 연내 처리에 빨간불이 켜졌다. 새마을운동·창조경제·DMZ평화공원·4대 악(惡) 근절과 같은 ‘박근혜표 예산’을 놓고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국가정보원·국가보훈처 등 대선개입 의혹과 관련된 기관들의 예산에 대해서도 야당이 감액을 추진하고 있어 여야 간 갈등이 커지고 있다. 예산안을 통과시킬 수 있는 본회의는 26, 30일 이틀뿐이어서 2013년 예산안과 마찬가지로 해를 넘길 수 있다는 비관적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국회는 헌정사상 처음으로 해를 넘겨 올 1월 1일 올해 예산안을 처리했었다.

 본지가 22일 입수한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예산안조정소위의 ‘보류 예산안 리스트’에 따르면 새누리당과 민주당의 이견으로 합의가 안 된 예산의 총액이 16조6090억원에 이른다. 주로 ‘박근혜표 예산’에 대한 이견이 예산안 처리를 가로막고 있다. 그래서 “1조원도 안 되는 새마을 예산이 358조원 예산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

 예산조정소위의 증액심사가 시작된 이날도 민주당은 정부 예산안에 대한 대대적 삭감을 주장했다. 박수현 원내대변인은 “새누리당의 실세의원 지역구에 새마을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실세예산’, 실제는 이명박정부의 녹색예산이면서 창조라는 이름표만 붙여놓은 ‘맹탕예산’, 끝도 없이 쏟아부어야 하는 ‘4대강사업 뒤치다꺼리 예산’을 민주당은 날카롭게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새누리당 윤상현 원내수석부대표는 “새마을운동 예산은 공적개발원조(ODA)의 일환으로 국제적 위상과 국익을 위해 꼭 필요한 사업”이라며 “ 역대 어느 정부에서도 대통령 공약사업 예산에 협조하지 않는 경우는 없었다”고 야당을 비판했다.

 예산안 처리가 국정원 개혁안 등 법안 통과와 연계돼 더욱 어려워질 거란 전망도 있다. 국정원 개혁특위에서 여야는 정보기관의 수사권을 놓고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외국인투자촉진법 개정안에 대해서도 새누리당은 경제활성화 방안이라며 찬성하고 있고, 민주당은 재벌특혜 법안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예결위 관계자는 “지방선거를 앞둔 여야가 여론의 질타를 피하기 위해 예산안과 법안을 묶어 연내에 원샷(one-shot) 처리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강인식·김경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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