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연극의 탈출구』 모색-극단 「에저또」 주최 「한국 연극에 대한 공동 토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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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젊은 연극운동을 표방하고있는 극단 「에저또」는 『한국연극의 탈출구와 연극에서의 대중의식의 확대문제』를 주제로 한 공동토론회를 20일 하오 새로 이전한 「에저또」 소극장에서 열었다.
「한국연극의 탈출구」(이상일·연극평론가), 「연극에서의 대중의식의 확대 문제」(한상철·연극평론가)에 대한 두 주제발표에 이어 공동토론에는 여석기(평론가) 심우성(민속학자) 허규(연출가) 김용락(극작가) 제씨가 참가했다.
이상일씨는 한국연극의 발전을 저해하는 요소를 연극 외적·연극 내적 요소로 나누고 우선 외적요소로는 근대극 도입의 역사가 짧고 연극적 전통이 없으며, 근대극이 토착화하는 과정에서 연극적 형성력의 약화로 사회분위기의 조성이 없다는 점등을 지적했다.
그러나 외적인 요소는 어떤 계기만 오면 극복 제거될 수 있지만 보다 심각한 문제는 연극 내적인데 있다고 강조한 그는 연극인들 스스로가 갖고있는 병폐를 버려야만 한국연극이 발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병폐로 그는 한국연극인들의 예술가적 의식의 결여, 경쟁이 없는 안이한 연극 풍도, 연극행정가의 결핍, 연극인 상호간의 동인의식의 결핍과 연극 자체에 대한 인식의 착오 등을 들었다.
오늘날의 연극인들은 신극초기의 연극인들에 비해 자존심이 없는 의타적 생활인일 뿐이며 또한 예술형성과정에 필연적으로 있어야할 경쟁이 없는 안이한 연극풍토라는 것이다. 오늘날 한국연극은 어디에 와있는가 조차 모르고 있다고 지적한 그는 연극인 스스로가 연극 내적인 모든 저해 요인들을 파괴해야 하며 오늘날 우리의 연극이 사는 길은 근원적인 것만을 남기고 외형적인 모든 것을 철저히 없애는 방향에서 찾아야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상철씨는 「연극에서의 대중의식의 확대문제」라는 발제강연에서 연극인 자신들이 예술가적 의식을 갖고 있지 않은 상황에서 대중의식의 확대문제를 해결할 대안이란 있을 수 없다고 전제하고 그러나 어느 시대이건 연극이 표현하고자 하는데 필요한 조건을 완전히 충족시켜준 일은 없었다고 말했다.
오늘날 많은 대중들이 연극을 외면하고 있다고 말하지만 연극이 결코 대중으로부터 소외되어야 할만큼 어려움에 처해있지는 않다고 말한 그는 대중 의식의 확대 문제는 극작가에게서 그 해결방안을 찾아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극작가는 대중의 수준이상의 작품을 씀으로써 대중을 끌어 올려야하며 작가 또는 소수집단이 대중보다 한걸음 앞서서 그들을 이끌어 가려는 노력을 할 때 대중의식의 확대가 가능하다고 그는 주장했다.
따라서 대중이 일상 생활에서 느끼는 따분함과 무관심으로부터 무엇인가를 느끼고 판단할 수 있도록 충격을 주는 일이 연극이 할 일이며 이것을 통해 대중의식의 확대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한편 공동토론에서 여석기씨는 크게 두 갈래로 기성연극과 반 기성연극이 공존해야 한다고 말하고 국내에서 60년대 초 반기성운동이 일어났을 때 그들이 도전할 대상인 기성연극이 없었으며 또 그래서 그들이 기성화해 가는 과정에서도 약화되고 말았다고 지적했다.
기성연극은 관객과의 유대를 지켜 나가기 위한 건실한 연극을 하고 반 기성연극은 보다 연극 미학을 위한 실험적 시도를 함으로써 연극계 전반의 발전을 꾀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심우성씨는 연극인들은 대중 속에 깊이 파고들어 대중의 본질이 무엇인가를 파악해야 하며 그렇게 함으로써 대중의식의 확대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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