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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닉슨」 「에너지」교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앞으로 10년 후에 닥쳐올 「에너지」위기를 강조, 사전에 대비할 필요성을 계도한 18일「닉슨」의 「에너지」교서는 최근 도처에서 심각한 현실문제로 대두하고있는 「에너지」 위기론과 관련하여 우리에게도 큰 관심거리이다.
석유의 주요 공급원인 중동제국에 일기 시작한 이른바 「자원민족주의」로 말미암아 원유의 생산·배정 등이 국제 석유자본의 일방적 조정에서부터 떨어져나가고 있는 점, 세계 최대의 「에너지」 소비국인 미국이 석유의 수입국가로 전락했다는 점, 그리고 한정된 부존 「에너지」에 비해 소비는 증가 일로에 있다는 점등이 최근의 「에너지」위기를 부채질하고있는 근본요인이다.
「닉슨」 「에너지」교서는 1차 적으로는 「에너지」분야에서도 미국의 우위를 유지하려는 노력의 일환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미국의 「에너지」정책위원회가 「H·키신저」대통령특별보좌관, 「G·P·슐츠」 재무장관, 「J·D·에리크먼」 국내문제담당보좌관 등으로 구성돼 있는 것을 보더라도 「에너지」 대책이 미국의 당면 국가정책 가운데 얼마나 중요한 위치에 있는가를 짐작할 수 있다.
72년 말 미국의 원유 매장량은 57억t이라고 알려져 있다. 이에 비해 석유 수요량은 68년의 6억5천만t에서 70년에는 7억1천만t, 80년에는 전 세계 추정소비량의 25%인 13억t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러한 추세에 따라 70년 현재 20% 정도만을 수입에 의존하던 미국이 75년에는 전체 소비량의 35%, 80년에는 50%를 수입하지 않으면 안될 전망이다.
반면 OPEC(석유수출국기구)는 매년 자동적으로 5%씩 원유가격을 자동인상하고 있으며, 고시 가격이「달러」로 표시되었다는 이유로 평가 변동 분의 보장까지 요구하고 있다.
세계 주요공업국들이, 예컨대 소련 「시베리아」의 유전개발·석탄 등 부존자원의 최대한 활용, 태양열·수력·지열·해조력 등을 개발함으로써 이른바 「에너지」 복합을 기도하고 있는 소이도 원유생산비 부담의 경감과 자원고갈에 대비한 장기적 포석임을 알 수 있다.
한편 세계적인 「에너지」궁핍과 관련하여 국내 「에너지」정책을 보건대 우리는 별다른 장기계획도 없이 주탄종유에서 주유종탄을 운위하다가 최근에는 또다시 주탄종유를 양언하는 등 혼미를 거듭하고 있다.
작년 8월에 발표한 76년까지의 「에너지」종합대책은 수입「에너지」의 소비 억제, 국내 「에너지」 최대한 활용을 표방하고 있으나 여기서도 석유는 62.1%, 석탄은 23.5%로 여전히 수입「에너지」가 압도적인 위치를 점해 주탄종유도 결국 명목뿐임을 말해주고 있다.
정부는 유류 소비 증가에 맞추어 72년 말의 정유생산능력 일산 26만5천「배럴」에서 76년에는 65만「배럴」, 80년에는 94만「배럴」까지 확장해 갈 계획을 세우고 있다.
72년 중 원유도입액이 2억1천만「달러」였음에 비추어 76년에는 5억「달러」선. 80년에는 10억「달러」선으로 외자부담이 증가되리라는 것은 차치 하고서라도 그때 가선 과연 우리가 필요한 만큼의 원유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인지 조차가 의문이다.
정부 일각에서는 현행 단기대책에 대해서도 다시 수정작업을 가하고 있다고 하는 바, 그렇다면 차제에 각계각층을 망라한 「에너지」대책기구를 설립하여 장기적인 「에너지」정책을 수립할 필요가 절실하다.
지금과 같이 5개년간의 단기대책도 유지하지 못해 또다시 궤도수정을 해야할 단견으로서는 오늘날과 같은 세계 「에너지」전쟁의 틈바구니서 견디어내기 어렵다는 것을 명심해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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