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의 탄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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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깃봉 끝에 묶어 펄럭이고
한꺼번에 소리를 터는 시청 앞이다.
총부리에 쫓기던
어느 젊은이의 벗겨진 신발이여
지하철 공사장을 지나
인왕을 향해 2, 3분 아픈 다리를 절면
무심히 이동하는 시민들의 대행진
나의 20대 풋풋한 양식은
텅 빈 오후의 소음 속에서 비틀거린다.
예나 다름없는 굴욕의 미소가
부스럼처럼 짓무른
소공동에서, 광화문 네거리에서
옛 추억의 풍선은 다발 째 묶여 나부끼고
비둘기는 아픈 발을 절며
물 그늘에 흔들린다.
아픈 발자국이 밀려간다.
어쩔 것인가
새로 태어나는 도시의 아이들이여
튼튼한 황금의 신발을 만들어주면
그럼, 너희들은 금 잎사귀가 되어
햇살을 반짝이며
금빛 어휘를 뿜어내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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