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각 나타내는 소 문단의 중도파 『알렉산드르·갈리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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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오늘날의 소련사회는 「스탈린」시대보다 더 복잡하고 혼란 된 양상을 띠고 있다. 이러한 소련사회의 분위기는 소련문단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최근의 소련문단은 대체로 3가지 다른 성격의 「그룹」들로 나누어진다. 이 3개의 문단「그룹」은 제각기 독특한 성격을 지니면서 뚜렷한 활동분야를 형성하고 있다.
우선 그 하나는 소위 관제작가들의 「그룹」이다.
이들은 작가동맹소속, 혹은 소련공산당소속으로 모두 한결같이 깊은 신념을 가지고 창작활동을 벌이고 있다.
이들이 하는 일이란 주로 대중계도를 위한 집필이지만 하는 일의 중요성에 비해서 이 「그룹」의 작가들은 비교적 잘 알려지지 않은 인물들이다. 다만 이들은 그들의 의무를 충실히 이행하는 한 그들의 지위와 특권을 계속 누릴 수 있다.
이 「그룹」과 상반된 「그룹」으로는 이른바 지하작가들의 「그룹」이 있다. 이들의 활동은 정상적인 제도를 벗어나 많은 제약을 받는다. 이를테면 책을 출판하여 독자들과의 거리를 좁히는 것은 생각할 수조차 없다. 대신 이들은 「사미츠다트」(스스로 출판한다는 뜻) 같은 지하 출판물을 만들어 「릴레이」식으로 독자층을 파고들고 있다.
이들 2개「그룹」과는 달리 비록 숫자는 적지만 중도적인 「그룹」이 있다. 이들 역시 정부가 필요로 하는 글을 쓴다는 점에서 관제작가 「그룹」과 같고 정상적인 작품활동을 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지하작가 「그룹」과 같으나 이 「그룹」에서 간혹 유능한 문인이 등장하곤 한다.
최근 소련문단에서 두각을 나타내고있는 「알렉산드르·갈리치」가 그 좋은 예이다. 극작가며 시인인 그는 일찍이 유명한 「스타니슬라프스키」 학교에서 배우수업을 받았으며 2차 대전 중에는 일선병사들을 위한 연극순회공연을 가져 큰 성공을 거두기도 했다.
54년 이후 「갈리치」는 문학으로 전향, 10편의 희곡을 써 절찬을 받았으나 그 가운데 『8월』 『나는 기적을 만들 수 있다』 『마트로스카야·티쉬나』 등 3편은 상연이 허락되지 않았다. 특히 『마트로스카야·티쉬나』는 소련의 반정부적 지식인들의 유배처인 정신병원을 묘사한 작품으로서 크게 주목을 끌었었다.
그는 한때 작가동맹의 회원, 영화인 동맹회원으로 정부 입장에 동조하는 많은 작품을 쓰기도 했으나 소련 전역에 명성을 떨치기 시작하면서 71년 말 작가동맹으로부터 추방되었다. 이 사건은 일단의 자유주의적 「서클」에 환희를 안겨다 주었다.
반면 그가 유대인이라는 점에서 소련에 거주하는 수천 명의 유대인들은 절망적으로 「이스라엘」 등지에로의 이민을 시도했으며 소련정부도 이들의 이민을 점진적으로 허가 하고있다.
각각 다른 성격의 3개 작가 「그룹」이 존재하는 소련사회에서 한때 관제작가 「그룹」 에 속해있던 「갈리치」가 작가동맹에서 추방된 후 크게 각광받고 있는 사실은 소련문단 전체가 얼마나 정부에 의해 영향을 받고 있는가를 단적으로 나타내는 것이다.
최근 서독에서 간행되는 비 공산 계 소련어 잡지인 『포지』는 「갈리치」의 근작 시 『「엑서더스」의 노래』를 싣고 있다.

<떠나려는가. 떠나라 관습을 거쳐, 구름을 거쳐 나의 손은 별리의 악수로 해서 더욱 약해진다 나는 조객도 아니요 파수꾼도 북도 치지 않을 것이다. 떠나려는가. 선택한 길이라면.><워싱턴·포스트지=본사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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