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까머리 용산고 시절이나, 여드름투성이 고려대 시절이나, 머리에 물을 들인 프로에서나 김병철(동양 오리온스)에겐 항상 그를 '피터팬'이라고 부르는 하이틴 팬들이 따라다닌다.
올해 나이 서른. 피터팬은 어쩐지 어색한 별명이 됐다. 그러나 이 별명이 어색해질 무렵 그의 농구도 무르익었다.
지난 시즌 동양의 우승과 함께 오름세를 탄 그의 농구는 올 시즌 들어 절정에 이르렀다. 12일 신라호텔에서 열린 프로농구 정규리그 개인상 시상식에서 김병철은 마침내 현역 선수 최고의 영광인 최우수선수(MVP)의 자리에 올랐다.
기록이나 팀 공헌도.화려함에서는 강동희(9.0득점.5.3어시스트)나 팀 동료 김승현(11.5득점.6.0어시스트)도 김병철(16.87득점.3점슛 2.52개)못지 않았다.
김병철도 화려한 면에서는 누구에게 뒤지지 않는 선수다. 그러나 그의 농구는 견실함으로 다시 다듬어졌다. 지난해 평생 배필 우영란(29)씨와 짝을 이룬 후 내면에서부터 변신이 시작됐다.
속공 기회에서 허무하게 빗나가곤 하던 장거리포가 크게 줄었다. '타고 났다'는 골 욕심을 다스리자 가장 믿음직한 득점원으로 자리잡았다.
'재능은 허재 이후 가장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으면서도 상과는 인연이 없었기 때문일까. MVP 트로피를 받아든 후 "코칭 스태프와 동료에게 감사하며 묵묵히 기다려준 가현이 엄마와 낳아준 부모님께 영광을 돌린다"고 소감을 밝히는 목소리가 가볍게 떨렸다.
한편 신인상은 김주성(TG 엑써스)에게 돌아갔다. 1년 전, 드래프트 1순위로 TG 엑써스의 유니폼을 입었을 때 "이젠 우승할 수 있게 됐다"며 환호하던 플레잉코치 허재의 기대에 걸맞게 김주성은 신인이라고 보기에는 놀랄 만큼 대담하고 힘찬 플레이로 TG를 단숨에 상위권으로 끌어올렸다.
허진석.최민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