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이퍼링 살얼음판 … 국제 원자재값 급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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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테이퍼링)가 발표된 이틀째인 20일 아시아 증시는 대체로 안정적인 모습을 보였다. 달러화 대비 통화가치는 대부분 약세를 이어갔지만 속도는 둔화됐다. 하지만 금 가격은 폭락했다. 테이퍼링이 증시보다는 원자재 시장에 충격을 준 것이다.

 이날 국내 시장에서 코스피지수는 엔저의 우려를 딛고 1980선을 회복했다. 7.7포인트(0.39%) 오른 1983.35에 마감됐다. 전날 엔화 약세에 따른 자동차주 급락으로 코스피 상승이 제한됐지만 이날은 자동차주가 반등하며 상승폭을 키웠다. 현대차는 1.8%, 기아차는 2.2% 급등했다. 신한금융투자 이경수 투자전략팀장은 “전날 급락에 따른 반발 매수”라면서도 “투자자들 사이에서 엔저 내성이 생겨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날 일본 닛케이 평균주가(닛케이 225)와 대만 가권지수, 싱가포르 ST지수도 소폭 올랐다. 앞서 마감된 뉴욕 시장에서는 다우지수가 0.07% 상승했지만 S&P500과 나스닥지수는 약간 내렸다.

 우려했던 채권과 외환 시장은 안정을 찾고 있다. 채권시장에선 외국계 자금의 이탈 조짐이 없자 투자심리가 개선되면서 강세를 보였다. 이날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전날보다 0.015% 하락한(채권값 상승) 2.878%로 마감됐다. 5년물과 10년물의 금리도 내렸다.

 달러화 강세는 뚜렷하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일본·중국·인도·태국 등 아시아 국가의 통화는 달러에 비해 대부분 약세를 보였다. 하지만 속도는 완만해졌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 대비 원화 가치는 1.1원 떨어진(환율 상승) 1061.2원을 기록했다. 전날엔 8.8원이나 급락했다.

 엔저 추이는 앞으로 주목해야 할 부분이다. 이날 오전 일본 중앙은행(BOJ)은 기존의 통화완화정책을 유지키로 했다. 삼성선물 전승지 연구원은 “일본의 아베노믹스와 미국의 테이퍼링이 겹치면 엔저 속도가 빨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시장이 테이퍼링의 충격을 예상보다 크게 느끼지 않고 있지만 그렇다고 국내 증시가 상승세로 방향을 굳힐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기업의 실적 회복이 불투명하고 외환시장의 변동성도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투자증권 강현철 투자전략팀장은 “테이퍼링 시행 자체는 국내 증시의 악재를 사라지게 했을 뿐 그것 자체가 호재는 아니었다”며 “코스피가 더 오르려면 글로벌 경기 회복이 가시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올가을 불거졌던 중국발 유동성 부족도 재연될 소지가 있다. 이날 중국 상하이지수는 2% 넘게 급락했다. 이날 RP금리는 7.7%로 지난 6월 26일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원자재 시장은 크게 흔들렸다. 이날 뉴욕상품거래소에서 2월 인도분 금 선물은 41.4달러(3.4%) 하락한 온스당 1193.6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2010년 8월 이후 최저가다. 은 선물 역시 4.4% 급락했다.

홍상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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