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엔나·필」내한공연을 듣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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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종신지휘자인 「이탈리아」출신 「클라우디오·아바도」가 이끄는 「비엔나·필하모닉」이 처음으로 내한, 정도 높은 연주 효과로서 서구 전통음악의 정수를 들려주어 청중들을 열광케 했다.
「레퍼터리」는 첫날이 「슈베르트」의 『미완성 교향곡』, 「모차르트」 「바이얼린」과 「비올라」를 위한 「심포니·콘체르탄토」, 역시 「모차르트」의 『「주피터」교향곡』. 이튿날이 「브람스」의 교향곡 제3번, 「베토벤」의 『영웅교향곡』등 그들이 자랑으로 여기는 고전물인 동시에 「빈」음악의 전통만을 선택, 「비엔나·필하모닉」만이 갖는 우아한 음향과 품위있는 표현으로 인간이 향유할 수 있는 음조화의 극치를 이루어준 것이다.
수정처럼 맑은 음색으로 통일되어 있고 개개인의 주자들의 「테크닉」 그리고 고도로 연마되어 있다는 것도 놀라운 일이지만 「오키스트러」의 기능에 완전히 밀착되어 유기적으로 「앙상블」에 통합해 가는 그들의 예리한 감수성과 높은 지성은 경탄할 만하다. 도도히 흐르는 강물처럼 거침없이 흐르는 선율의 물줄기나 다양하고 섬세한 표정과 방대한 표상력에서 감히 침범할 수 없는 고고한 생명력의 약동을 느끼게 된다.
「아바도」는 공간을 힘으로 정복하는 영웅적인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깊은 내성의 심각성도 아니지만 섬세하고 정교한 구성으로 주제를 잘 부각시키고 음악을 잘 노래시켜 주어 과연 그가 「이탈리아」출신이라는 것을 실감케 했다.
속도를 느리게 잡아 충분히 표정을 살린 『미완성 교향곡』, 현악의 아름다음과 풍요한 선율미를 만끽한 「심포니·콘체르탄토」, 처음에 약간 부조를 보이긴 했지만 상쾌하고 찬연한『주피터 교향곡』, 폭넓은 표현과 중후한 정서로 노래한 「브람스」의 교향곡 제3번, 당당하고 박력에 넘친 『영웅교향곡』등 열기 찬 청중의 반향을 불러 일으켜 주었다. <김형주 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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