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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취 현상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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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동래의 회야강 하구 옆 바다에 모래 둑이 솟아올라 명선도가 육지와 맞닿게 되었다.
지질학자는 이를 사취현상 때문이라 풀이했다. 그러나 이변임에는 틀림없다. 지구상에는 이런 이변이 결코 드물지 않다. 풀길 없는 수수께끼도 많다. 대륙들이 생겨난 것부터가 생각하면 괴이쩍은 일이다. 아무도 아직은 신통한 풀이를 하지 못하고있다.
1420년에 「프란시스·베이컨」은 미 대륙의 동해안이 「유럽」대륙의 서해안과 꼭 들어맞는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래서 한때 「아메리카」는 「유럽」이나 「아프리카」와 맞붙어 있었으리라는 결론을 내렸다.
그후 3세기동안 아무도「베이컨」의 추론을 믿지 않았다. 그러나 1911년에 독일의 기상학자 「알프렛·베게너」가 새로 대륙이동설을 내놓았다.
「베게너」가 죽은 다음에도 이동설은 상당히 유력했다. 이 설에 의하면 당초에는 지구상의 모든 땅은 「판게아」(Pangaea)라는 단일대륙으로 되어 있었다.
약 2억년전에 「판게아」는 북쪽의 「라우라시아」(Laurasia)와 남쪽의「곤드와널랜드」(Gondwana·land)은 두 대륙으로 갈라지고 그후 「라우라시아」는 북미·「그린란드」·「유라시아」로. 그리고 「곤드와널랜드」대륙은 남미·「아프리카」·「오스트레일리아」등으로 갈라져 나갔다.
대부분의 과학자들은 대륙이동설을 부정했다. 그러나 50년대 이후로는 다시 동설이 유력해지기 시작했다.
그것은 해상들을 수천「마일」이나 되는 산맥이 가로지르고 있음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곧 지진들이 땅들을 갈라놓고 바다를 만들어 놓았다는 것이다.
최근에 「베게너」이론을 보충하는「드케이」의 물방울설이 새로 나왔다. 이에 의하면 대륙들은 적도를 향해 물방울 떨어지듯 늘어졌다는 것이다.
지도를 펼쳐보면 그럴 듯도 하다. 가령 「아프리카」와 남미대륙은 위가 넓고, 아래로 내려갈수록 줄어든다. 북미도 「그린란드」도 마찬가지다.
「유럽」에서도 모든 땅들이 밑으로 주렁주렁 걸려 있다. 다만「이탈리아」와 희랍은 동남으로 기울어지고 「스칸디나비아」와 「이탈리아」는 서남으로 기울어져 있다.
그것은 「유라시아」대륙이 동쪽으로 움직일 때 「이탈리아」반도를 끌고 간 때문이라 한다.
「아시아」에서도 마찬가지다. 인도·「말레이」반도·「인도차이나」·한반도·「캄차카」반도…. 모두 물방울 떨어지듯 하고있다. 지도를 거꾸로 놓고 보면 더욱 그럴듯한 느낌을 준다. 수 없는 땅들이 모두 위로 치솟고 있으니 말이다. 이렇게 볼 때 대륙이동설은 대륙의 위치를 밝혀주고 물방울설은 대륙들의 모양을 밝혀준다.
물론 왜 이런 물방울 현상이 일어났는지는 「올몬드·드케이」도 신통하게 풀이해주지는 못하고 있다. 모든 게 수백만년 전에 일어난 일이다. 그러나 회야강 하구의 모래둑은 몇 백년 동안의 일이다. 앞으로 몇 만년 후에는 혹은 한반도가 중국본토와 맞붙게 될지, 일본과 겹치게 될지 아무도 모른다. 지구상에는 이변도 많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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