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부 통치 17년만에 종지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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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8년만에 실시된 「아르헨티나」의 총선에서 전 독재자 「페론」파 지도자 「엑토르·캄포라」가 대통령으로 당선된 것은 15년 동안 계속되어 온 군사 정권에 대한 국민들의 불만과 자기들의 무능을 어느 정도 인정한 군사 지도자들의 자인에서 연유된 것이다.
「아르헨티나」 선거법은 과반수 득표자가 없을 때는 2차 투표를 실시하기로 되어 있으나 의외로 군부 지도자 「라누세」대통령이 정치적 결단을 내려 과반수 지지에 약간 미달인 「캄포라」를 당선인으로 확정, 발표함으로써 17년간 지배해 오던 군부 통치에 종지부를 찍었다.
이는 지금까지 군부가 정치활동을 금지했을 뿐 아니라 「아르헨티나」내 6개 반정부 「게릴라」단체의 지도 세력이라고까지 공격해 온 「페론」파에게 정권을 이양하는데 양해하고 있음을 나타내는 조치인 것이다.
따라서 「페론」파가 득세할 경우 새로운 「쿠데타」가 일어나리라는 일부의 우려는 당장은 실현성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물론 현 군사 지도자들은 이와 같은 양해에 「페론」의 친 노동 계급적 정책의 부활을 방관하지 않겠다는 단서를 달고 있기는 하다.
그러나 그러한 단서가「쿠데타」와 같은 행동으로 표시되기에는 이번 선거가 표출한 정치 분위기가 너무나 반군사적인 것이다.
55년 「페론」을 실각시킨 후 시작된 군부 통치에서 그 동안 대통령이 8명이나 뒤바뀌면서 군부가 정치를 장악하였으나 만성적인 「인플레이션」에 따른 경제 파탄과 정치 불안정으로 국민들은 정치에 회의를 느끼고 분열되어 혼란을 거듭해 왔다.
「페론」이 집권 9년 동안에 「아르헨티나」에 심어 논 「페론」주의는 깊고 넓게 침투되어 강력한 정치 기반을 갖게 됨으로써 군부 통치자들은 이러한 「페론」주의와 「페론」파의 정치 참여를 봉쇄하는데 주력하였으나 그럴수록 「아르헨티나」국민들은 「페론」주의에 지지를 보내고 노동조합 등은 조직적인 정치운동을 벌여 왔던 것이다.
71년 등장한 「라누세」 현 대통령은 이러한 정치 상황에서 누적된 유산을 물려받아 해결하지 않으면 안될 입장에 처해 결국 정치 안정을 위해서는 「페론」파를 정치에 참여시켜 국민들의 총화를 이룰 수밖에 없다고 판단, 취임 벽두부터 정치 활동 허용, 73년 3월 대통령 선거 등 민정 이양 계획을 실천에 옮긴 것이다.
민정에 이양될 「아르헨티나」의 앞으로의 전망은 과연 군부의 압력 없이 민정이 계속 유지될 수 있을 것인지 혹은 전례대로 다시 군부가 개입할 것인가에 달려 있다고 볼 수 있다. <김정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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