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표의 향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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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2·27 선거결과에서 가장 두드러진 것은 통일당의 대패와 무소속 진출의 호조다.
제1야당인 신민당의 상당 부분이 떨어져 새 간판을 달았던 통일당은 전국의 지역구에 57명의 후보를 냈으나 광주의 김녹영, 목포-신안-무안의 김경인 후보만이 당선하는 비운을 겪었다.
통일당은 약 30석의 확보를 장담했고, 통일당 외의 「업저버」들은 10명 정도의 당선을 예상했었는데 당수·고문·정치위 의장·초대 간사장·대변인 등 당 간부들마저 모두 낙선했다. 7, 8대 의원 선거 때의 군소 정당에 비해 질·양 면으로 비중이 크던 통일당의 패배는 양당제가 민주주의의 필요요건으로 이해되고 있음을 말해준다고 볼 수 있다.
이런 선거 결과는 앞으로도 상당한 기간 제3당 운동을 봉쇄할 것으로 보인다.
통일당의 퇴조에 비해 무소속 후보가 대거 진출한 사실은 이런 제3당 봉쇄경향을 강화 할 것 같다. 이번 선거에서도 공화·신민·통일당을 제외한 군소 정당 간부들이 당적을 버리고 무소속으로 출마한데서 이미 이런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복수 공천 결과 공화당은 7개 구 중 4개 구, 신민당은 14개 중 마포-용산 1개 구에서 성공한 반면 대구 중구에서는 두 후보가 모두 낙선했다. 작은 성과에 비해 표의 분산, 당내 경쟁 등 더 많은 부작용을 초래했다.
이번 선거의 또 다른 특징은 다선 의원의 대거낙선이다. 야당이 크게 우세했던 대도시에서 공화당 후보가 많이 당선함에 따라 이른바 「좋은 선거구」를 차지하고 있거나 이를 찾아 고향을 떠났던 야당 중진들이 많이 낙선했다.
서울의 김홍일 양일동 윤제술 권중돈 유옥우 서범석 김의택 유청 김선태, 부산의 김응주,광주의 정성태씨 등이 대표적 「케이스」. 공화당에서도 전휴상씨(4선) 가 낙선했다.
이 결과는 새 제도인 중선거구제로 지역에 따른 여야당의 특별한 위험부담이나 특혜를 대폭 줄였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2·27 총선의 또 하나 눈에 띄는 것은 전통적인 여촌야도 성향의 퇴조다. 전통적으로 서울에서 전멸에 가까운 기록을 유지했던 공화당은 서울에서 16명중 7명, 부산에서 8명중 4명의 당선자를 냈다.
이러한 숫자는 서울·부산에서 공천자 중 한 명만이 낙선한 특기할 진출이다. 이 밖에 전통적으로 여당 약세지역인 대구·인천·광주에서도 공천자 전원이 당선하는 기록을 세웠다.
이 결과를 꼭 여촌야도 현상의 퇴조로 보기에는 이 방향을 촉진한 다른 요소가 많이 있기는 하다.
우선 1구에서 2명씩을 선출하는 선거제도의 변화와 신민당의 복수공천, 야당의 분열로 인한 야 성향표의 분산이 있었다.
이런 촉진요인을 감안하더라도 공화당 후보가 서울의 8개 지구 중 종로-중구, 동대문, 성동 등 3개 구에서 수석을 했다는 사실은 이변이 아닐 수 없다. 더욱이 공화당의 서울 당선목표가 3∼4명이었고, 그것도 낙관하기 어려웠던 사정을 생각한다면 서울의 7명 당선은 공화당 스스로도 의외일 것이다.
선거 개표결과를 보면 공화당이 무투표 당선자 2명을 포함해 지역구 의원의 꼭 절반인 73석을 차지했다.
대통령이 지명해 통일주체 국민회의에서 선출 할 73명을 합하면 여당이 국회의 3분의 2를 확보하는 셈이다. 유신체제 하에서 능률 위주로 재편된 국회는 명실공히 능률적으로 정부시책을 뒷받침하게 됐다.
당선 가능수란 면에서 보면 여촌야도 현상과 더불어 여야표의 지역적 편재현상도 퇴조했다. 서울과 부산을 제외한 각 도에서 공화당은 1위 당선과 총 당선자의수 어느 쪽에서도 골고루 야당을 누르고 있다. <성병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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