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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속박물관과 민속촌|최근의 민속촌 설치 논의에 제언함 장주근<문화재전문위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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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근래 관광객의 놀라운 증가로 72년도 관광수입은 6천만불(2백40억원)을 상회하였다. 그러나 아직도 이에 대한 대비가 불충분하여 많은 관광객들이 3박4일에서 2박3일로 날짜를 줄인 추세를 보인 것이 지난해의 경향이었다. 말하자면 더 체류하여 구경하려해도 시설 미비로 마다하는 결과가 돼버린 셈이다.
그래서 이른바 기생 하우스에 근래엔 한국적인 쇼와 한국 음식을 곁들이는 업체들도 생겨 가는 듯하다. 그러나 여행사들을 돌아본 바로는 투어·코스가 너무나 단조로 왔다. 경복궁·창덕궁·스카이웨이·남산·동대문시장·「코리아·하우스」·워커힐이 그 전부인데 모두 3∼4시간 짜리 반나절 코스였다. 다만 하루 코스로는 오직 하나·금곡농촌 안내라는 종목뿐이었다. 이것은 민속촌의 필요성을 일깨워 주는 일이다.
관광객들의 70%는 서울 주변만을 보고 나간다고 한다. 그들이 전국을 유람할 겨를이 없으니 수도 주변에 전국 모습을 집약, 관람시키고 하루 이틀이라도 체류일자를 연장시키자는 것이 민속촌 관광산업의 요체이다.
그래서 태국의「축소형 태국」같은 명명은 우리가 말해온「민속촌」의 개념을 잘 설명해준다.
인간은 누구나 외국관람에 나서면 무엇인가 즐겨보려는 심정과 함께 그 나라의 풍속·습관·문화 등에 자연 관심과 흥미를 가지게 마련이다. 즉 한국을 찾은 관광객에는 한국을 이해하고 싶어하는 심적 계기가 싹터있는 것이다. 이 계기의 포착 개발은 운선 국제 상호 이해를 위해서 중요할 뿐 아니라 관광수입을 위해서도 중요한 계기가 아닐 수 없다. 그래서 세계 각 국은 다투어 민속박물관·민속촌들을 각양 각색으로 만들고 있다.
우리 나라에서도 금 명년 사이에 어떤 형태로건 서울·부산 등외에도 몇 개가 더 착수 내지 실현될 기운이 무르익고 있다. 이러한 문제들을 다같이 관심가지고 생각해보자는 뜻에서 필자가 생각해본 민속촌의 성격과 기본 구상을 제시해보면 다음과 같다.
ⓛ박물관 적 성격=시대 순 전시를 위해서는 민속박물관을 생각해야겠고 야외 민속촌이라면 현대 내지는 최근세로 한정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안동별관(풍문여고 내 소재 고종과 순종 가례 처), 운현궁, 금위궁(전 국립국악원 수비병본영), 수표교 등 실로 수많은 뜻깊은 건조물들의 소멸되고 있는데 그런 것들을 그냥 저버리지 말고 민속촌에 이건, 보존해서 이른바 야외박물관 구실도 시켜야겠다.
그리하여 이들 박물관은 어디까지나 진품 전시를 원칙으로 해야 그 존재는 힘이 있고 영원해진다.
②전통문화의 보존 전수=일정 지역 안에 지형에 맞춰서 산·농어촌 등에 초가와 와가들을 수십 채를 이건 하고 도자기·나전칠기, 기타 민속 공예품 생산 장과 가면극·인형극·인간문화재들의 입주를 권장하여 기술전수를 시키고 생산과정을 공개관람 시키는 한편 판매케 한다. 연의 공연은 단체관람으로 하여 일정요금을 받는다. 또 민속촌 운영 진에서는 일부 입주민 중심이나 또는 희망자·스폰서들을 대어 연날리기·널뛰기 줄다리기·씨름·그네 등 세시풍속에 따라서 민속놀이를 전개한다.
③관광 적 성격=위의 연극 공연, 생산품 판매로는 일부 입주민, 인간문화재 위주의 생활 책과 민속촌 자체 운영의 일조로 삼는다. 그리고 관광객들이 하루 이상 사진을 찍고, 보고, 사고, 느끼고, 즐기는 가운데 한국문화를 이해하게 한다. 그래서 다시 3박4일 이상 연장케 한다면 연 10만 명만 유치해도 1인당 하루 1만원씩 10억원 이상 외화를 더 얻을 수 있다. 그리고 어린이로부터 대학생까지 많은 현장학습의 자료가 여기에는 자연 생기게 되며 성인들의 공예·서화 등의 학습장도 마련할 수 있다.
이상 건전한 시설만으로도 국내외 입장객 입장료를 가지면 민속촌은 자체 운영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 국공유지 대지만 제공되면 그 시설비는 10억원을 넘지 않을 것인데 연간 관광외화 가득 10억원에 비하면 결코 큰 투자가 아니다. 그러면서 외국인들에게 한국을 이해시킨다는 무형의 귀한 투자가 계속되는 것이다.
오늘날 야외민속박물관은 하나의 세계적인 경향이다.
특히 북구 제국에 많아 스웨덴에는 무려 6백 개라 하며 그중 수도 스톡홀름의 스칸센 야외박물관은 60에이커의 반도에 1백여 동의 건물과 동식물 원을 곁들였고 또 그 북구박물관은 3층에 각기 시대별 종류별 지방별 전시를 하고 있다. 이것은 민속박물관 가운데 세계 최초의 것으로 1873년 발족했다.
거듭 이야기이지만 민속촌 전시는 원칙적으로 이조 후기 이상을 소급할 수 없다.
일본 예로서도「명치촌」(30만평),「강호촌」(5만평)들이라는 그 명명에서 알 수 있다. 하나 고대의 등여유적(정강교외)이 고고학·고 건축 학자들의 면밀한 연구로 발굴된 그 자리에 복원된 것이 있는데 이런 식의 복원이라면 바람직하다.
일본은 또 학술연·관리직 1백 여명의 인원으로 대판에 국립민족학 박물관을 착수했고 천엽현에 문화 청의 민속박물관이 진행중이고 명고옥 철도에서 25억 엥을 투자, 세계 각 국 민가들을 모아 리틀·월드(30만평)를 건설하고 있다. 이들은 다 수도 아닌 각 지방에 산재하여 그 수가 백을 상회한다.
한국의 경우 한 지방대학에서 야외민속박물관을 구상중이고 부산시가 이것을 착수하고 있는 것도 찬양 감이 아닐 수 없다. 경기도청에서는 경수가도 변에 주막부터 구상하고 논의하여왔다. 또 멀리 제주도에서는 일찍부터 주성기씨가 개인의 힘으로 제주민속박물관을 운영하고 있다.
필자는 1966년 경복궁 내 수정 전 92평 건물에 민속관을 설치하는 일을 보았었다. 당초에는 민속보존과 연구가 주목적이었으나 지금은 사정이 완전히 달라져서 매일같이 수백 명의 외국관광객이 밀려드니 이제 이 규모로는 초라하고 창피해서 살필 마음조차 내키지 않는다. 이 상태는 해방직후 송석하 선생의 민족박물관보다도 훨씬 퇴보여서 안타까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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