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위대 지지 거부 잉락 편든 군부 … 태국 사태 새 국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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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태국 반정부 시위 사태 해결의 열쇠를 쥐고 있는 군부가 시위대의 지지 요청을 거절했다. 태국군 최고사령관(합참의장 격) 타나삭 빠티마프라꼰 장군은 14일 육·해·공군 참모총장을 대동하고 수텝 트악수반 전 부총리 등 시위대 지도부와 공개 포럼을 열었다고 현지 언론들이 전했다. 시위대가 잉락 친나왓 총리 정권의 퇴진과 이후 정국 운영에 관한 계획을 설명하겠다며 군부에 요청해 성사된 자리였다.

태국 군부는 1932년 입헌군주제 도입 이후 지금까지 18차례 쿠데타를 일으키며 정치에 영향력을 행사해 왔다. 2006년 잉락 총리의 오빠 탁신 친나왓 당시 총리를 실각시키기도 했다.

 수텝 전 부총리는 포럼에서 타나삭 장군에게 “당신이 결심한다면 국민적 영웅이 되고 사태가 해결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타나삭은 “군은 법과 규율을 지킬 것”이라며 “앞으로 같은 사태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정부와 시위대) 양측이 장기적 해결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대답했다. 더욱이 “중립적인 관찰자들은 선거를 지켜봐야 하며 내년 2월 선거가 실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히려 ‘의회를 해산하고 2월 조기 총선을 치르자’는 잉락 총리의 제안을 지지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군의 지지를 받지 못하면 시위대의 입지는 현저히 좁아질 수밖에 없다. 선거를 치를 경우 야당이 승리할 가능성이 매우 낮은 데다 시위대가 제안한 ‘선거를 통하지 않은 국민회의 구성’이 민주주의와 동떨어진 주장이란 비판도 날로 커지는 상황이다.

이충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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