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다르고 신나는 일 하면 혁신 따라와 … 한국 공학계도 수퍼스타 필요”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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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3호 22면

하오 리 교수는 혁신에 대한 철학도 남달랐다. 그는 정작 자신의 기술이 이렇게 광범위하게 쓰일 거란 예상을 못했다고 한다. “그저 재미있는 연구를 했을 뿐인데 이렇게 다양한 분야에 기여할 수 있다는 게 정말 신이 납니다. 가장 중요한 건 ‘신나는 일(excitement)’을 하는 거예요.”

기술개발자 하오 리 교수의 혁신철학

그의 첫인상은 화려한 이력보다 더 화려하다. 양 옆의 머리를 바짝 깎고 닭볏처럼 가운데 머리만 길게 남긴 모히칸 헤어컷에 군데 군데 노란색과 회색으로 염색까지 했다. 가슴이 깊게 파인 검정 반팔 티셔츠에 청바지를 입고 군용 워커를 신은 모습은 1960년대 히피족을 연상시켰다.

“전형적인 교수처럼 보이진 않는다”고 말하자 그는 “나도 안다”며 웃었다. “대학에 자리 잡기 전엔 친구들이 ‘너 그런 머리로는 교수 못된다’고 많이 말렸죠. 나는 ‘내 머리 때문에 교수가 못될 것 같으면 교수 자리 필요 없다’고 말했어요.”

대만계 부모 아래서 독일에서 태어나 스위스미국에서 공부를 한 그에게 물었다. “한국에서 당신처럼 혁신적인 공학도가 많이 생기려면 어떻게 해야겠느냐”고.

그는 진지하게 유럽과 아시아, 미국의 문화를 비교했다. “한국에 왜 스티브 잡스와 마크 저커버그가 없는지 생각해봐야 합니다. 사실 유럽만 해도 마찬가지예요. 유럽에도 그런 혁신가가 거의 없거든요. 문제는 학생들의 자세와 사회적인 문화예요. 유럽과 아시아 젊은이들도 미국 젊은이들 못지않게 똑똑하죠. 그런데 위험을 지고 싶어하지 않아요. 혁신적인 사람이 되거나 성공하고 싶다면 정말 높은 수준의 위험(super high risk)을 짊어져야 해요. 그런데 아시아 부모들은 대부분 자녀들에게 ‘의사나 변호사가 되라’고 말하죠. 그런 교육을 받고 자란다면 절대 그런 위험을 지려고 하지 않을 거예요.”

그는 미국은 분위기가 완전히 다르다고 말했다. “뭔가 색다른(unconventional) 일을 하는 걸 미국에선 좋게 봐요. 남들이 좋게 보는 일을 해야 한다는 생각도 적죠. 유럽에서 자랐지만 더 이상 유럽에 머물고 싶지 않았던 이유가 바로 이겁니다. 미국의 분위기가 훨씬 마음에 들었거든요.”

그는 성공적인 공학도가 되는 또 하나의 비결로 ‘사람을 이해하는 능력’을 꼽았다. 공학도에게 왜 그런 능력이 필요하다는 걸까.

“자기가 이룬 성과를 다른 사람에게 이해시켜야 하기 때문입니다. 중국에서 온 공학도들은 정말로 똑똑한데 자기가 아는 걸 다른 사람들에게 설명할 줄 몰라요. 프레젠테이션을 하라고 하면 적어놓은 걸 읽지 않고선 한마디도 못합니다. 분명 자기가 아는 지식인데도요. 미국 학생은 완전히 달라요. 스무 살만 돼도 자기 머릿속에 있는 걸 줄줄 풀어냅니다. 생각을 말해보라고 하면 서로 손을 들고 발표하려고 하고요. 이 차이가 사회에선 크게 작용합니다.”

그는 공학도로서의 자부심이 엄청났다. “혁신적인 기업인은 대부분 공학도”라고 말했다. “현상을 이해하고 논리적으로 접근해 문제를 해결하는 법을 배우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한국의 이공계 기피 현상을 들려줬더니 “한국 공학계에 수퍼스타가 필요하다”고 했다. “한국에도 페이스북을 만든 마크 저커버그, 전기차 회사 테슬라의 CEO 앨런 머스크 같은 수퍼스타가 나오면 됩니다. 그런 롤 모델이 생기면 젊은 친구들이 ‘아, 이 분야가 멋지구나’ 하고 다 몰려들 겁니다.” 그는 젊은이들이 원하는 건 ‘멋진 일(cool job)’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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