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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그룹株 투자 "불안하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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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주요 재벌그룹의 계열사 주식을 갖고 있는 투자자들이 요즘 부쩍 불안해하고 있다. SK그룹에 이어 다른 곳으로 검찰 수사가 번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 때문이다.

투자자들은 기업의 지배구조를 개선하고 경영 투명성을 강화해 장기적으로 증시체질을 개선해야 한다는 취지에는 공감한다. 그러나 증시가 장기침체에 시달리는 상황에서 재벌에 대한 조사가 예측하기 어려운 방향으로 치달을 경우 시장 전체에 부담을 줄 것을 걱정하고 있다.

이 같은 우려는 주가에 그대로 반영되고 있다. 증권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대통령 선거 다음날부터 지난달 25일 취임일까지 삼성.LG.SK.두산 등 주요 6개 그룹 주가는 13~22%씩 하락했다.

이 기간 중 종합주가지수는 16%가량 떨어졌고, 종합지수보다 낙폭이 작았던 그룹은 삼성.LG 등 두개였다.

그러나 검찰이 SK에 대한 수사에 본격 착수(2월 17일)한 후 노무현 대통령이 취임한 날부터 지난 10일까지 종합지수보다 덜 떨어진 그룹은 1개로 줄었다.

이 기간에 종합지수는 8.1% 하락했지만 삼성전자.삼성SDI 등 삼성그룹 14개 계열사 주가는 평균 10.8% 하락했다. 또 SK그룹 11개 계열사 주가는 같은 기간에 15.1%나 떨어졌고, 두산.현대 등도 각각 13.7%, 21.3%씩 밀렸다.

LG그룹은 최근 전세계적으로 석유화학 관련주가 좋은 평가를 받은 영향으로 LG석유화학 주가의 낙폭이 작아 종합지수보다 하락률이 낮았다.

盧대통령 취임일부터 이달 10일까지 증시에선 경기악화 우려.북한 핵사태.이라크 전쟁 등 이른바 3대 악재로 다른 중소형주들도 하락했다.

하지만 증시전문가들은 불확실한 경제.재벌정책이 주가의 발목을 잡는 원인이 됐다고 분석했다. 주요 그룹의 대형주들은 하방경직성(주가가 일정수준 아래로는 떨어지지 않는 것)이 있음을 감안할 때 투자자들이 '정책 리스크'로 인해 재벌 관련 주를 많이 팔았다는 얘기다.

최근 재벌 관련주들은 재벌개혁 소식이 시장에 전해질 때마다 출렁거렸다. 지난달 25일 증시에선 검찰이 수사에 착수키로 했다는 소식으로 한화 계열주식들이 동반 폭락했다.

반면 두산은 같은 달 24일 편법증여 논란이 제기된 대주주 소유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 1백59만주(약 8백20억원어치)를 무상소각키로 결정했다는 발표와 함께 주가가 폭등세를 보였다. 11일엔 분식회계 등에 대한 검찰 수사결과 발표로 SK.SK글로벌.SKC 주가가 일제히 하한가로 추락했다.

시장에선 SK그룹의 분식회계(1조5천억원 규모) 사실이나 일부 기업의 변칙상속 등은 주주들을 우롱한 행위로 비난받아 마땅하고 '쓴 보약'이 되도록 바로잡아야 한다는 분위기다. 외국계 증권사들도 증권집단소송제.상속증여세완전포괄주의 등이 시장 투명성을 강화할 것이라며 반기고 있다.

그러나 한 증권사의 리서치센터 임원은 "검찰 수사가 표적용인지, 일상적인 활동인지가 불분명하다"며 "자칫 투자를 위축시켜 증시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또 한 자산운용사의 사장은 "불똥이 어디로 튈지 모른다는 불안감을 갖게 할 경우 기업의 미래가치가 훼손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준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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