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신」현실화의 방향 제시|박 대통령 연두회견서 부각된 시정구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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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기조>
12일에 있은 박정희 대통령의 새해연두기자회견은 유신과업수행을 위한 그의 시정 구상과 소신을 밝혀 모든 국민의 참여를 호소했다는데서 가장 큰 특징을 찾을 수 있다.
박 대통령은 2시간20분에 걸친 회견 시간 가운데 3분의1을 할애, 「10월 유신의 필요성을 설명하고 유신 이념 구현을 위한 국정의 방향을 제시했다. 박 대통령은 유신과업수행에 대한 구상 외에 유신 헌법에 따른 새 정치제도의 운영과 경제·외교·남북대화 등 국정전반에 걸쳐 언급했지만, 어느 분야이건 근의 새로운 시정은「10월유신」에 촛점을 맞추어 유신 이념 구현을 강조하는 내용으로 일관했다.
10월 유신에 대해『올바른 역사관과 민족사관에 입각해서 민족의안정과 번영을 이룩하여 통일을 스스로의 힘과 예지로 성취하자는 것』이라고 정의를 내린 박대통령은 ▲정치 풍토를 개선하고 능률적이고 생산적인 정치를 통해 한국적 민주주의를 토착화하고 ▲경제면에서는 자유경제체제를 유지하면서 경제성장을 역행, 저해하는 모든 부조리를 과감히 제거하고▲사회 문화적으로는 국민기강의 확립 및 전통문화의 창조적 개발로 자주성 있는 문화를 이룩하는 것이라고 과제를 요약했다.

<정치>
박 대통령은 특히 정치 풍토 개선에 언급하면서『깨끗하고 명랑한 정치풍토를 이룩하는 책임은 정치인뿐 아니라 국민들, 그리고 대통령 자신에게도 있다』고 스스로 책임을 짐으로써 이 문제에 대한 그의 비상한 결의를 보여주었다.
제 4공화국 출범 후 첫 해인 때문이겠지만 이번 회견에서 박대통령은 정치 문제에 대해 퍽 소상한 답변을 하여 그 동안 항간 일부에서 나들던 몇 가지 억측을 일소해주었다.
요약해보면 ▲일당정치나 계급정당은 허용치 않으며 양당정치는 지양하되, 군소 정당 난립은 막겠다. ▲9대 국회의원 선거는 2월 하순이나 3월초에 실시하겠다. ▲공화당 총재직은 앞으로 정치질서를 바로잡기 위해 계속, 그대로 갖겠다. ▲공화당은 국민적 정당으로 경비하겠다. ▲정파나 정당을 가리지 않고 성실한 인사를 기용, 초당적 유신 내각으로 구성하겠다는 것 등이다.
그리고『많은 사람이 국회의원 정수를 줄이라고 건의도 했지만 우리 국회는 단원제이고 지방자치제도 실시할 형편이 못되어 국회의원 점수를 종전과 비슷한 2백19명으로 정했다』고 국회의원 선거법을 새로 만들 때의 고충을 털어놓은 박 대통령은『12월 유신의 가장 중요한 과업의 하나는 선거 풍토 개선』이라고 못 박고 선거법 위반자에 대한 엄단과 공무원의 엄정 중립을 거듭 다짐했다.
정치문제에 대한 박 대통령의 이 같은 관심표명은 생산적이고 능률적인 정치풍토를 이륙하는 일이야말로 120월 유신의 성패를 가름하는 관건이라고 본 그의 명소의 소신을 드러 낸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경제>
예년과는 달리 경제정책에 대한 언급이 뒤로 들려지긴 했지만 중화학공업에 시책의 중점을 두겠다고 선언하고 모든 국민의 과학화운동전개를 제창함으로써 새해에도 일관된 기조 위에서 국력 배금에 박차를 가할 뜻을 분명히 했다.
80년대 초에 1인당 GNP 1천「달러」, 수출고 1백억「달러」를 달성하기 위해서 중화학 공업 정책을 강력히 밀고 나간다는 것은 선택된 유일한 길이라고 박대통령은 강조하고있다.
80년대 초 제철 생산, 조선능력 등 제지 표는 박 대통령의 중화학공업에 대한 의욕을 단적으로 나타냈다.
이 같은 당면 목표 달성은 노력여하에 따라 절대로 불가능한 일이 아니라는 확신을 표명한 박대통령은 국민 모두가 근면·절약하여 재원을 마련하고 정부·기업과 모든 국민이 일체가 되어 기술개발에「전력투구」해야한다고 역설했다.
요컨대 박대통령이 게시한 장기적 경제 정책의 방향은 중화학공업화를 향한 청사진으로 집약되고 있다.

<사회복지>
이번 회견에서는 또 제 8대 대통령 취임사에서 언급했던 복지 균점 정책에 대한 구체적 방안을 제시, ▲74년부터 사회보장 연금제도를 만들어 퇴직연금·신체장애연금·유가족 연금 등을 마련하고 ▲70년대 후반기에는 의료보험제도를 도입하며 ▲81년까지 2백80만 호의서민 주택을 짓고 ▲77년까지는 농어촌전화를 끝내겠다고 약속했다.
경제 건설이나 국력배양의 궁극적 목적이 복지국가를 만드는데 있음을 거듭 천명한 박 대통령은 도시와 농촌에 많은 일터를 만들어 고용을 중대하고 일만하면 안정된 생활을 누릴 수 있는 사회를 건설하겠다고 미 내상을 제시했다.

<남북 대화>
박대통령은 이밖에 남북 관계에 대해『아직도 남북간에는 불신과 오해가 남은 것은 부인하지 못한다』고 지적하고 남북 대화는 인내와 성실로 예상되는 난관을 극복해서 착실히 진척시켜야하며 성급히 생각지 말고 꾸준한 단결과총화로 뒷받침 해줄 것을 국민에게 당부했다.
박 대통령은 옛 3국 시대 때 나중에 신라의 대종 무열왕이 된 김춘추가 고구마와 협상하기 위해 고구려의 수도인 평에 갔던 고사를 예로 들면서 작년5월 이후락 중앙정보부장을 평양에 밀파한일이 어렵고 모험적인 결단이었다고 회고하기도 했다.
남과 북이 동일 민족이지만 사상과 체제 등에서 극단적인 상반상태에 있어 궁극적인 평화통일을 한다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고 강조한 박대통령은 적십자 회담을 통한 이산 가족 찾기 같은 가능한 일부터 하나하나 폴어 나가야 한다고 북한과의 대화에 임하는 기본 방침을 거듭 밝혔다. <이억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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