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총리의 미·일수뇌회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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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지난5일 「워싱턴」에서 거행된 고「해리·S·트루먼」전미대통령의 추도식에 참석차 미국을 방문했던 김종비국무총리는 뒤이어 「닉슨」미대통령·전중일본수상을 비롯한 미·일정부수뇌자들과 일련의 회담을 가지고 11일 귀국했다.
김총리의 이번 미·일방문은 그 성격상 특별한 외교협상의 사명을 띤것이 아니었고, 단순히 의례적인 방문이었다고 설명되고 있지만, 그 시기로 보아 우리의 대우방관계에 있어 큰 의의를 부여한 것이 틀림없다.
잘 알려져있는 바와 같이 작년 한햇동안 한국을 중심으로한 내외정세는 격변했다. 「닉슨」대통령의 소·중공방문, 일본·중공간의 수교, 한반도에서의 남북대화와 10월유신등은 그대표적인 사건들로서 이런 격동하는 정세속에 한·미·일수뇌가 회동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총리는 우선 미국에서 「닉슨」대통령과 회담하는 가운데 한국에서 진행되고있는 「10월유신」의 취지를 설명하고 남북대화·주한미군의 감축문제·주월국군의 철수시기문제등에 관하여 솔직한 의견교환을 가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담을 통해 미국측이 한국에서의 사태를 이해하고 대한방위공약을 확인하는 한편 주한미군에 대해서도 당분간 변동이 없을 것임을 밝힌것등은 큰 수확이다.
또 일본수뇌와의 회담에서는 「아시아」정세, 한국의 체제개혁, 「유엔」에서의 한반도문제, 경제협력, 「아스팍」문제등 한·일간의 당면문제를 논의하고 양국간의 협력관계를 공고히하는데 합의했다.
「아시아」는 지금 바야흐로 다른 어느지역에서 보다도 현상변혁의 징조를 뚜렷이 나타내는 격동상을 보이고 있다. 「아시아」에서의 미군철수를 비롯해서 미·중공관계개선, 일본·중공의 수교, 한반도의 남북대화등은 그 나타난 몇가지 경향에 불과하다. 현상동착을 기초로한 안정을 모색하고 있는 구주정세와는 달리 현상변혁으로 안정을 모색하려는것이 오늘날 아주정세의 본질이라는데서 여기에는 퍽 대조적인 국제권력정치의 움직임이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아주정세는 유동적이며 언제 안정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인가는 아직도 미지수이다. 3극시대든 4극시대든 극남조를 구성하고 있는 미·중공·일·소등이 긴장완화를 모색하고 있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지만 그들간의 협조관계가 성립되고 그 지속이 보전되기까지에는 아직도 거추가 멀다.
이 모든 변화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국제사회에서는 의연히 「이데올로기」적 대립이 강하며 『힘의 논리』가 지배적임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럴수록 계속 요구되는 것은 한·미·일등 우방국가간의 유대강화이며 이것을 후퇴시키는 그 어떤 일이 있어서도 안될 것이다.
김총리의 미·일 방문은 위와같은 차원에서 음미해볼 필요가 있으며 이번을 기회로 미·일양국은 한국의 안정및 번영을 위해서는 물론, 전체아주의 안정을 위해서도 더욱 한국에 대안 협조와 지원을 강화해줄 것을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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