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 교과서 8종 최종 승인 집필진 소송 … 논란 불씨 남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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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3개월을 끌어 온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 수정·보완 작업이 끝났다. 교육부는 10일 고교 한국사 교과서 출판사 7곳이 제출한 수정안을 최종 승인했다. 리베르스쿨의 한국사 교과서는 지난달 29일 승인을 받았다. 이에 따라 8종 교과서 모두 내년 1학기부터 수업에 쓰일 수 있게 됐다. 교육부는 이날 교과서 전시본을 온라인으로 일선 고교와 교사들에게 공개했다. 18일께부터는 책자 형태의 전시본도 제공한다. 각 학교는 해당 과목 교사들의 평가와 학교운영위원회 심의를 거쳐 연말까지 한국사 교과서를 채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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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남수 교육부 장관은 이날 한국사 교과서와 관련한 브리핑을 하고 “(정치적) 논란으로 국민들에게 심려를 끼쳐 송구스럽다. 이번에 겪은 진통은 학생들에게 균형 있는 역사의식과 국가정체성을 가르치기 위한 조율 과정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번에 교육부가 승인한 최종 수정안을 보면 북한 관련 서술이 가장 많이 바뀌었다. 비상교육 등은 북한 토지개혁의 한계를 서술하라는 교육부의 수정명령을 받아들여 “농민에게 분배한 토지에 대해 소유권의 제한을 뒀다”는 내용을 새로 넣었다. 두산동아와 지학사는 2010년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사건의 주체를 북한이라고 명확하게 밝혔다. 북한 인권문제를 구체적으로 언급하라는 지적을 받은 천재교육은 정치범수용소, 공개처형 등에 대한 내용을 추가했다.

금성출판사 교과서는 박정희 정부의 경제정책을 설명하면서 “지나친 외자도입으로 국가경제에 부담을 줬고, 1997년 외환위기가 일어나는 한 원인이 되었다”고 서술했다. 하지만 교육부는 두 사안의 인과 관계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수정명령을 내렸고, 출판사 측이 문제가 된 대목을 삭제했다.

 교학사는 일제시대 독립운동, 제주 4·3 사건 등에 대한 서술을 수정했다. 앞서 교육부는 지난 8월 검정을 통과한 8종 교과서가 편향 논란에 휩싸이자 지난 9월 수정·보완 방침을 밝혔다. 이어 10월에는 829건을 고치라는 수정·보완 권고를 내렸다. 교학사를 제외한 나머지 7종 교과서 집필진들이 자체수정안(623건)을 내놓았지만, 교육부는 고치지 않은 항목에 대해 지난달 29일 수정명령을 내렸다. 일부 집필진은 이에 반발했지만, 출판사들은 교육부 명령에 따른 수정안을 3일 제출했다.

 교육부는 이번 한국사 교과서 논란을 계기로 검정 시스템을 전면 개편할 방침이다. 사실 오류와 정치편향 서술을 검정 과정에서 완전히 걸러내겠다는 것이다. 서 장관은 “전체적인 방향이 맞으면 교과서를 일단 합격시켜놓고 다음해에 문제를 바로잡는 잘못된 관행이 있었다”며 “검정 과정에서 교과서 내용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듣고 이를 검토해 반영하는 시스템을 갖추겠다”고 설명했다. 한국사 교과서를 검정교과서가 아닌 국정교과서로 바꿔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선 “장관이 일방적으로 결정할 사항이 아니다. 공론화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국사 교과서의 수정 작업은 끝났지만 불씨는 남아 있다. 교학사와 리베르스쿨을 제외한 6종 교과서 집필진이 교육부를 상대로 낸 수정명령 취소소송과 효력정지 가처분신청 결과가 아직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전교조 등은 ‘우편향 논란’이 벌어진 교학사 교과서를 일선 학교에서 채택하지 못하도록 저지 운동을 벌이겠다는 방침이다. 교과서 내용을 둘러싼 논란이 학교 현장의 채택 문제로 옮아갈 가능성도 있는 것이다.

이한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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