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율 추락에 급해진 아베 비밀보호법 수습 나섰지만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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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지난해 12월 정권 출범 이후 1년간 줄곧 높은 지지율을 유지하던 일본 아베 신조(安倍晋三) 내각의 지지율이 급격히 고꾸라지고 있다. 지난달 말부터 이달 초에 걸쳐 여론의 반대를 무릅쓰고 ‘특정비밀보호법안’을 국회에서 강행 처리하자 국민이 등을 돌리는 양상이다.

 교도(共同)통신이 지난 8~9일 실시한 전화 여론조사 결과 내각 지지율은 지난달 조사(11월 23~24일) 때의 57.9%에서 10.3%포인트 떨어진 47.6%를 기록했다.

 국민의 알 권리를 침해한다는 지적을 받는 특정비밀보호법에 대해선 “수정해야 한다”는 응답이 54.1%, “아예 폐지해야 한다”는 응답이 28.2%로 나타났다. 공영방송인 NHK가 법안이 성립한 6일부터 사흘간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아베 내각 지지율은 한 달 사이 10%포인트 급락한 50%를 기록했다. 정권 출범 이후 가장 낮은 지지율이다.

 이 같은 추세는 아베 정권에 우호적인 매체의 조사에서도 마찬가지로 나타났다. 특정비밀보호법의 정당성을 지면을 통해 설파하는 등 아베 정권과 밀월관계를 유지하는 요미우리(讀賣)신문이 지난 6일부터 사흘간 시행한 전화 여론조사 결과에서도 내각 지지율은 55%로, 약 1개월 전에 비해 9%포인트 하락했다. 이 또한 정권 출범 이후 최저치다.

 ‘아베노믹스’의 기세를 타고 한때 70%대 지지율을 기록했던 아베 내각은 여론의 반발이 거세지자 한발 물러섰다. 아베 총리는 9일 기자회견을 열고 “차가운 여론은 국민의 질타 목소리임을 겸허하고 진지하게 받아들인다”며 “보다 정중하게 시간을 들여 (국민에게) 설명했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반성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도 10일 “(법안에 의해) 비밀의 지정이 자의적으로 이뤄지는 것 아니냐, 혹은 알 권리가 부당하게 침해되는 것 아니냐는 국민의 우려를 불식하기 위해 앞으로도 수시로 회견을 열거나 관계기관에서 대응해나가겠다”며 무마에 나섰다.

 하지만 도쿄신문은 10일 “지지율이 급락한 것은 아베 총리가 말하는 것처럼 ‘설명이 부족했기 때문’이 아니라 법 자체가 갖는 위험성을 국민이 간파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제1야당인 민주당의 오하타 아키히로 간사장은 “내각 지지율이 50% 밑으로 떨어지기 시작한 것은 결함투성이 법을 무리하게 강행 처리한 아베 정권에 대한 국민의 심판”이라고 비판했다.

 아베 정권의 높은 지지율 때문에 그동안 좀처럼 이견이 새어나오지 않았던 자민당 내에서도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자민당의 한 중진 의원은 “당내 분란으로 자멸한 민주당 정권처럼 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서 아베 정권의 실책에 입을 닫고 있었지만 이번 법안 통과 과정을 보면서 서서히 ‘입을 열 때가 왔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도쿄=김현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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