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닉슨2기」의 외교 포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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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워싱턴=김영희특파원】「로저즈」국무장관의 유임결정은 뜻밖이다. 그는 「키신저」의 독주를 뒷전에서 지켜보면서 지난 4년 동안 좌절 속에서 국무장관자리를 지켜왔기 때문이다.
그러나「닉슨」은 중책수행의 지속성을 들면서 「로저즈」유임을 발표했고 「로저즈」는 『기와에 확립된 정책의 계속수행』을 강조하면서 유임을 수락했다. 그러나 「워싱턴·포스트」표현을 빌면 『현상의 지속』이야말로 국무성의 많은 고위관리들이 두려워하는 점이다.
그들은 정책자체에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정책의 수립방식에 변화가 있기를 바란다.
국무성 관리들의 불만은 주요정책의 결정뿐 아니라 그 정책의 수행까지도 「키신저」가 지휘하는 국가안보회의의 손에 독립된데서 비롯한다. 「워싱턴·포스트」 보도에 의하면 국무성의 어떤 관리들은 「로저즈」가 유임되면 국무성을 떠날 뜻을 비쳤으며 더러는 「리처드슨」을 따라서 국방성으로 자리를 옮길 것이라고 한다. 이런 사태를 해결하는 방법의 하나로「닉슨」은 세 사람의 유력한 인사를 국무차관에 임명한 것 같다.
세 차관 중 「러쉬」는 「닉슨」이 다닌 학교의 스승일 뿐 아니라 지금까지의 「존·어윈」차관보다 월등히 박력있고 야심적인 성격의 사람이다. 그는 「베를린」협정을 성공시키는데 큰 역할을 한 장본인으로 『「유럽」의 해』로 불리는 73년의 「유럽」안보회담 같은 문제에서 활발한 정책수립참여를 할 것으로 기대된다. 「포터」차관은 국무성안에서도 손꼽히는 중동문제전문가이며 주월부대사, 「파리」협상 수석대표를 지내는 동안 월남문제의 권위자가 되고 주한미국대사를 지내면서 미군감축교섭, 한국군 현대화 계획교섭 등을 담당하여 「닉슨·독트린」의 방향에 정통해졌다.
그래서 「포터」는 월남전이후의 「아시아」정책수행과 중동문제해결을 위한 새로운 외교「이니셔티브」를 위해 가장 바람직한 인물의 한사람이다. 「윌리엄·케이시」차관은 「월」가의 변호사출신으로 1969년 「닉슨」행정부의 ABM(요격「미사일」)정책을 지지하는 특별위원회를 조직한 공로로 「월」가를 지배하는 안보외환위의 위원장자리에 임명됐다가 이번에 신설된 경제문제담당차관으로 영전된 것이다.
경제담당차관제도의 신설은 「닉슨」행정부의 앞으로의 외교정책이 경제문제에 큰 비중을 둘 것임을 암시한다.
이와 같이 「닉슨」은 「로저즈」아래로 기능별로 엄선된 3사람의 박력있는 차관을 임명하여 국무성의 권위회복을 시도하는 듯하다.
「닉슨」은 이미 이번 정부기구 개편 때 백악관의 비대한 구조를 축소할 의사도 비쳤다. 국무성의 정상적인 기능회복은 강대국 정치에서 제외된 소국들에는 가장바람직한 일이다.
「닉슨」의 북경·「모스크바」방문을 앞둔 일련의 정상회담에서 북경·「모스크바」회담의 결과로 직접 영향을 받을 「아시아」의 소국이 철저히 제외된 사실이 미국의 「아시아」우방들에 준 불안감과 그에 대한 반작용을 보아도 「닉슨」-「키신저」「팀」의 백악관외교의 피해를 알 수 있다.
「뉴요크·타임스」의 「제임즈·레스턴」은 아마도 「키신저」가 일단 월남휴전을 성사시킨 뒤 장기휴가를 즐기면서 자신의 거취를 결정할것이라고 예언했다.
그러나 월남휴전과 함께 미국이 새로운「아시아」정책, 특히 「아시아」에서의 새로운 역할에 대한 정의를 정립하는 단계에서 남북한대화, 한국군근대화계획, 주한미군감축 같은 문제에 깊은 관심과 이해를 가진 두 사람이 「팀」을 짜게된다는 것은 주목의 대상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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