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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성택 공개숙청] "여러 여성과 부당관계, 뒷골방 술놀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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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권력 핵심에서 축출된 장성택에게 씌워진 구체적 혐의는 A4용지 4쪽을 빼곡히 채우고 있다.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9일 노동당 중앙위 정치국 확대회의 결정서(8일·평양)를 전하며 “장성택이 감행한 반당반혁명적 종파행위와 그 해독성·반동성이 낱낱이 폭로됐다”고 밝혔다. 여기에 부정부패와 부적절한 여자관계, 마약·도박까지 더해졌다.

 결정서에는 “여러 여성들과 부당한 관계를 가지었으며, 고급식당의 뒷골방들에서 술놀이와 먹자판을 벌였다”는 대목도 들어갔다.

 장성택과 그 세력에 ‘비리 백화점’이란 굴레까지 씌우려 한 것이다. 고모부를 쳐내는 김정은의 부담을 줄이고 주민들의 반감을 극대화하려는 계산이 깔렸다는 분석이다.

 결정서는 장성택이 김일성 주석의 사위이자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매제로 각별한 대우를 받았다는 점을 전제했다. 그렇지만 “인간의 초보적 도덕의리와 양심마저 저버리고 수령님(김일성)·장군님(김정일)을 받들어 모시기 위한 사업을 외면하고 각방으로 방해하는 배신행위를 감행했다”고 비판의 각을 세웠다. 이어 “지난 시기 엄중한 과오를 범해 처벌받은 자들을 당중앙위 부서와 산하단위 간부대열에 박아넣으면서 세력을 넓히고 지반을 꾸리려고 획책했다”고 지적했다.

 “장성택은 자기에 대한 환상을 조성하고 자기 주위에 신념이 떨떨한 자들, 아첨분자들을 끌어당기면서 당 안에 분파를 형성하기 위하여 악랄하게 책동하였다”고도 했다.

 2004년 혁명화 교육 때 장성택과 함께 퇴진했던 인사들이 2006년 초 복권하며 속속 돌아온 점을 짚은 것이다.

 장성택이 노동당 행정부장으로서 인민보안부(경찰) 등 공안기관을 총괄했던 점도 비판대에 올랐다. 결정서는 “장성택 일당은 사법검찰, 인민보안기관에 대한 당적지도를 약화시킴으로써 인민보위 사업에 엄중한 해독적 후과를 가져왔다”고 밝혔다.

 외자유치 등을 관장했던 장성택이 “당이 제시한 내각중심제, 내각책임제 원칙을 위반하면서 나라의 경제사업과 인민생활 향상에 막대한 지장을 주었다”고 결정서는 주장했다. 국가재정관리를 혼란에 빠트렸고 나라의 귀중한 자원을 헐값에 파는 매국행위를 했다고도 비판했다. 이런 행위 때문에 비날론섬유공업이 발전되지 못했다고 비난한 대목에서는 경제난 책임을 장성택에게 떠넘기려는 의도도 감지된다.

 중앙통신은 “당에서는 장성택 일당의 행위에 대해 오래전에 알고 주시해 오면서 여러 차례 경고도 하고 타격도 줬지만 응하지 않고 도수를 넘었다”고 숙청 이유를 밝혔다. 상당기간 축적된 내사자료를 바탕으로 이번 조치가 이뤄졌다는 얘기다.

이영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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