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독총선 그 후|『브란트』동방정책에 박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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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베를린=엄효현 특파원】19일의 총선으로 「브란트」서독수상은 자신이 주도해 온 과감한 대 동구정책에 대한 국민들의 분명한 위임을 얻었다.
국내 경제문제와 동방정책에 대한 기민당 측의 공격에도 불구하고 「브란트」의 사민·자민 연합이 예상 이상의 승리를 거두었다는 것은 곧 국내문제보다 그의 외교정책에 대한 승인을 뜻하는 것으로 그의 대소·대파, 대동독 및 일반적인 대 동구화해정책은 더욱 활발하게 진행될 것이 확실하다.
「브란트」는 선거 직전, 자기가 승리하면 「크리스마스」이전에 직접 동독을 방문하겠다고 발표, 적극적인 외교추진을 약속한 바 있다.
그의 승리는 또 양독 기본조약의 의회비준을 용이하게 해줌으로써 보다 넓은 테두리에서 진행되고 있는 구주안보회의 및 동서균형감군회의의 개최를 예정한 시간표에 따라 진행할 수 있게 되었다.
이번 선거는 처음부터 외교문제에 초점을 맞춘 사민당의 전략과, 이 문제에는 수세를 취하면서 국내 「인플레」 및 안보문제에 초점을 맞춘 기민당의 반격으로 일관했다.
지난 15일 양독 TV「골든·아워」엔 「빌리·브란트」사민당수와 「발터·셸」자민당수를 한편에 앉히고 「라이너·바르첼」기민당수 및 「요제프·슈트라우스」기독교사회동맹 지도자를 다른 한편에 앉혀서 대담을 갖게 했다.
이 자리에서 「브란트」수상은 사민·자민연정이 그동안 서독의 세계무대에서의 지위를 강화시키고 「유럽」의 평화를 보다 확고하게 다져놓았으며 서독의 국내사정도 훨씬 호전 시켰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야당 당수들은 정부가 동독과의 국가적인 「레벨」에서의 인정을 부여함으로써 애초의 공약을 지키지 않았다고 공박했다. 게다가 동독과의 기본조약에 있어서도 독일민족의 단일성을 명확히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아울러 특히 격론을 일으킨 것은 경제·재정 및 안보문제였다. 「브란트」와 「셸」은 이와 관련해 야당이 위기를 파장하고 있다고 말하고 3년간의 사민·기민 연정하에서 국민생활이 악화되기보다는 호전되었다고 주장했다.
이번 서독 총선의 무대에는 세 개의 큰 요소가 작용하였다. 즉 기업가·노동조합·교회 등이 그것이다,
물론 서독의 총선에는 각 정당별로 각자의 지지세력을 규합하기에 여념이 없고 각계각층의 지지를 획득하는 것이 지상목표인 것은 전통적인 일이지만 특히 지식인의 호응을 얻는 일이 무엇보다도 중요한 과제로 되어있다.
금번 「노벨」문학상을 획득한 「하인리히·뵐」과, 끝까지 그와 경합하였던 「귄터·그라스」의 사민당 지지설은 기민당에 의해 정략이라고 비난도 받았지만 결과적으로 사민당에는 큰 보탬이 되었던 것이다.
기민당은 소수의 대재벌의 지원을 받고 있으나 사민당은 다른 다수의(약7백만) 노동자의 지원세력을 포용하고 있는 것이 큰 차이라 할 수 있겠다.
사민당은 앞으로 재계의 지원은 더 받게 될 것인데 그러면 그럴수록 사민당의 계급정당적 성격은 더욱 희박해질 것이다.
게다가 사민당은 또 현재의 국제경기위기를 더 능란하게 극복할 소지도 가지고 있다. 즉 동방정책에 따른 동독, 「바르샤바」「모스크바」와의 통상을 통해 보다 많은 시장을 확보하게된 것이다.
이와 같은 전망을 놓고 「브란트」수상은 이제 집권 2기를 맞아 지금까지 박력 있게 추구해온 동방정책과 아울러 국내 경제정책에 역점을 두고, 전후 경제부흥을 항상 업적으로 내세워 사민당을 견제해온 기민당에 대항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선거에서 사민·자민 연합이 거둔 의회내의 여유 있는 안정기조는 이와 같은 정책을 크게 돕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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