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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축된 놀라운 전력|창설 20주년…일 해상 자위대 관함식 참관|【일본 사가미 (상모)만 나가쓰끼 함상에서=박동순 특파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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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붉은 태양이 사면 팔방으로 햇살을 펼치는 모양의 군함기, 군함 「매치」·해상을 스치며 나는 대 잠함 공격기의 굉음-창설 20주년을 맞는 일본 해상 자위대는 금주 초 「사가미」 (상모) 반에 펼쳐진 「관함식」에서「농축된 전력」의 두려운 저력을 보여주었다.
해상 자위대 전체 전력의 60% 가까운 함정 51척 (7만여t)·항공기 61기가 참가한 이날의 관함식은 함정 1백71척 (84만8천t), 항공기 1백60기가 참가했던 사상 최대의 1933년도 대연습 관함식 당시에 비하면 그 규모와 단위 함정의 크기에 있어 훨씬 뒤떨어지는 것이다.
특히 천황은 물론 전중 수상도 참석치 않은 채 「마스바라」 (증원) 방위청 장관이 관열관, 그리고 다수의 국회의원을 비롯, 3천명이 넘는 각계 인사들이 초청된 이번 관함식은 계류중인 제4차 방위력 증강 계획과 관련된 정치적 포석이라는 점으로 해서 일본 자위대가 아직도 「정치의 눈치」를 살펴야 하는 그늘진 위치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다는 인상을 풍겨 주었다.
그러나 참가한 함정과 항공기가 보여준 전력은 놀라운 것이었다. 우선 이날의 기함이었던 호위함 「나가쓰끼」를 보면 톤 수는 불과 3천t급이나 극히 다양한 공격 장비를 탑재하고 있다. 1분간 35발을 발사하는 2문의 대공·수상 함정용 5「인치」 속사포 이외에 4연장의 대잠 「로키트」 발사 장치인 「보포스」, 목표 해면 상공에서 낙하산을 펼쳐 착수한 다음 유도 어뢰가 되어 잠수함을 공격하는 「어스록·로키트」 발사 장치와 3연장의 단 어뢰 발사관이 있고 「호밍」 어뢰 2개를 탑재, 잠수함을 공격하는 무선 조종의 무인 「헬리콥터」도 2대가 있다.
현재 48척 (9만7천t)에 달하는 호위 함정들은 대부분이 비슷한 장비를 갖추고 있고 이 가운데 「아마쓰가제」함은 유도 「미사일」까지도 장치하고 있다. 이밖에 흡사 「물개」 모양으로 수중에서 신호탄 발사 시범을 보여준 신예 잠수함 「마끼시오」를 비롯, 잠수함대의 전력이 15척 2만1천t, 그리고 26척의 소해정이 있다. 뿐만 아니라 주목할 것은 해상 항공 전력.
P-23 대형 대잠 초계기는 비행 시간 7∼8시간, 승무원 12명에 대잠 공격용 「로키트」와 폭뢰를 장비하고 있으며 대형 비행정 PS-1은 파고 3m 이상의 해면에 이 착수 할 수 있고 다양한 기능과 장비를 가진 각종 「헬리콥터」 (65기)를 확보, 해공 입체적 근대전 수행 능력을 갖추고 있다. 특히 이들 함정과 비행기들은 그 대부분이 일본에서 자력으로 개발 건조한다는 사실은 일본의 독자적인 군비 증강 능력을 밝혀주는 것이다.
좁은 국토에 높은 인구 밀도와 무역 의존형 경제 체질 때문에 일본은 금후 해양 국가를 지향해야 한다는 주장과도 관련해서 일본의 해상 자위대는 중요한 사명을 지니고 있으며 때문에 일본 경제의 생명선이라고 할 「말라카」 해협 방위 문제가 벌써부터 심각히 논란되고 해상 자위대는 이 해역에 빈번히 연습 함대를 파견하는가 하면 비밀리에 요원 등을 현지에 상주시키고 있다는 얘기도 나돌고 있다.
이를테면 해상 자위대는 단순한 본토 연안 방위 역할을 넘어 보다 넓은 해역에서 작전할 수 있는 능력을 단계적으로 갖추어 가고 있는 것이다. 현재의 해상 자위대 세력은 함정 2백16척 (17만5천t), 항공기 2백52기이며 이밖에 항공 자위대 약 1천기 (4만1천명), 육상 자위대가 13개 사단 (약 18만명). 일본 자위대는 이 세력을 「4차 방」에서 다시 크게 확대할 것을 추진하고 있다.
물론 이 「4차 방」에 의해 자위대는 함정 톤 수, 보유 항공기 및 전차 대수 등을 늘려 갈 계획이다. 그러나 계획의 중점은 양적 확대보다는 질적 충실화. 지금까지도 자위대는 전병력 장교화, 전사 단기 동화 및 각종 장비의 근대화에 전념해 왔으나 앞으로도 이러한 정책 기조는 고수될 예정이다.
즉 군비 확장에 뒤따르는 내외의 반발을 무마하면서 교묘히 전력을 증강키 위해 자위대는 꾸준한 「전력 농축 작전」을 펼쳐 왔으며 따라서 현재의 전력만으로도 그것이 일단 전개될 경우에는 가공한 것이 되리라는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겸해서 일본 산업의 군수 생산 능력을 제고키 위해 최신 비행기를 포함한 각종 병기의 국산화 계획이 「코스트」 문제를 도외시한 채 추진되고 있으며 「극동의 병기창」으로서의 그 동안의 역할로 해서 이 분야의 잠재 능력은 이미 엄청난 수준에 도달해 있을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특히 GNP 자유 세계 제2위라는 막강한 경제력 때문에 비록 GNP의 불과 0·8%만을 투입하더라도 국방 지출의 크기는 72년도가 26억 「달러」로서 자유 세계 제6위, 공산권을 포함해도 11위 수준이며 따라서 일본은 군비 확장에 여유 있는 능력을 보유하고 있는 셈이다.
「4차 방」에 계상된 예산만도 4조6천3백억「엥」, 연간 30억「달러」가 넘는 자금을 금후 5년간 방위력 증강에 투입하게 될 예정이며 야당과 「매스컴」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자민당 내각은 이를 강행, 채택할 방침이다.
그러한 정책 기조의 배경을 이루는 일본 정부의 정세 판단으로서 5일의 관함식에서 「마스바라」 방위청 장관은 해상 자위 대원에 대한 훈시를 통해 『국제 정세는 긴장 완화의 방향으로 옮겨가고 있으나 아직 긴장 완화가 정착되지는 못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렇게 해서 계속 증강되고 있는 일본의 전력에 대해 여타국들이 갖는 우려를 기자 곁에 서 있던 어느 일본 국회의원은 무의식중에 이렇게 확인 (?)했다. 즉 『이만하면 한바탕 할 수 있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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