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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도전속 세계의 기업 (2)|동서 경제 교류의 확대 (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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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72년의 세계 경제 변화 중 또 하나의 두드러진 사실은 동서 접근 「무드」에 따라 서방권과 공산권과의 경제 교류가 본격화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서구 선진국의 탁월한 자본력과 기술이 동구 시장을 향하고 있고 이의 첨병이 다국적 기업들이라는 점에서 세계의 기업들은 새로운 시장에 점차 관심을 쏟고 있다. 동서 경제 교류는 이제 단순한 상품의 매매에 그치지 않고 각종 기업 협력으로 발전하고 있다.
최근까지만도 가장 소극적인 태도를 취해 온 미국이 소련과의 무역 협정을 체결, 이의 영향은 다른 서방 제국과 동구 제국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또 최근에는 일본과 중공의 국교가 정상화되고 본격적인 경제 합작이 시작되려 하는 등 미·소와 일·중공이 진행하고 있는 대형 거래는 특히 주목의 대상이 되고 있다.
지난 5월의 「닉슨」 방소 이래 현안이 되어 온 미·소 무역 협정이 「워싱턴」에서 체결된 것은 10월 18일.
조인된 협정의 주요 내용은 ①상호 최혜국 대우 ②수출 금융 면에서의 호혜 「베이스」로 연불 융자 공여 ③소련이 미국에 지고 있는 제2차 세계 대전 때의 전시 채무 (7억2천2백만「달러」를 오는 200l년7월1일까지 지불 ④소련 제품의 「덤핑」 방지를 위한 협조 ⑤소련에 있어서의 미국 기업 활동 보장 및 이들의 협력을 얻어 「모스크바」에 대무역「센터」를 건설 ⑥무역 분쟁은 ECE 「유엔」 구주 경제위) 중재 등을 통해 해결하는 것 등으로 되어 있다.
이런 상황 아래서 올 들어 방소한 미국의 「비즈니스맨」은 2천5백명이 넘어서고 있다.
최근만해도 ITT, IBM, 「뒤퐁」, 「하트·보트」보험 「클럽」, 「어틀랜틱·리치필드」 등 굴지의 기업들이 「모스크바」를 찾았다.
이 가운데 「레아스코」사가 1천5백개의 「컨테이너」를, 「어틀랜틱·리치필드」사가 1천6백만 「달러」 어치의 합섬 「플랜트」를 수주하는 등 성과를 올렸다.
뿐만 아니라 지난 9월에는 「인터내셔널·하베스터」사가 4천만「달러」어치의 「트랙터」 수주를, 「폴크·워너」사는 「파이플라인」 부설 설비, 전미 공구 금형 협회는 4천만「달러」 어치의 「스테인리스」 식기 제조 설비의 상담을 진행하고 있다.
또 소련 혁명 직후부터 50년 가까이 대소 무역에 종사해 온 「옥시던털」 석유는 앞으로 20년 동안 30억「달러」에 달하는 천연 「개스」 개발과 수입을 위주로 한 기술 협력 계약을 소련 국가 과학·기술위와 맺기도 했다.
그런가 하면 소련은 가장 중요한 「프러젝트」의 하나로 추진하고 있는 「가마」강 「트럭」 공장 건설에 관련, 미국 기업과 이미 6천만「달러」 안팎의 계약을 맺었고 최종적으로 2억5천만 「달러」 내지 5억「달러」까지 계약고를 올릴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런 상담은 극히 최근까지만도 미 수출입 은행의 융자 문제로 곤란을 받아 왔으나 무역 협정 체결로 난점이 해소되어 버린데 힘입고 있다.
물론 이러한 진전이 지난번의 U-2기 사건 같은 돌발 사태로 뒤집힐 가능성이 전혀 없는 바는 아니다. 그러나 계속적으로 이뤄지는 폭넓은 교류의 추세로 보아 그럴 우려는 점차 적어지고 있다고 보아야겠다.
문제는 미·소 거래가 세계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다. 단적으로 나타난 것이 최근의 국제 소맥 가격 급등이다. 미·소 곡물 거래의 파문인 것이다.
값이 오른 것은 올해 7월. 미국에서 시작되었다. 연초 1「부셸」당 1「달러」64 「센트」이던 소맥 가격은 그 동안 재고 증가로 내림세를 보이다가 7월 상순 갑자기 오름세를 보이기 시작, 8· 9월께는 2「달러」 선으로 올랐다.
이것은 곧 「유럽」에 파급되어 「런던」의 소맥 시장에서는 9월말께 t당 43「파운드」를 홋가, 8월에 비해 10「파운드」가 오른 급등세를 보였다.
이런 사태는 미·소 곡물 협정에 따라 7월부터 시작된 소련의 대량 매입에 따른 것으로 세계의 소맥 수급에 일대 변동을 초래한 것이다.
소련이 어느 정도 사들였는가 하는 것은 발표가 전연 없는 체제인 만큼 잘 알 수 없지만 「런던」 국제 소맥 협의의 추론에 따르면 1천8백만t에 달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중 미국에서 수입한 것은 1천1백만t쯤으로 보는데 이 숫자는 세계 소맥 수출 총량의 33%에 해당된다. 그리고 미국의 72년도 소맥 수확 예상량 4천2백40만t의 25%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백학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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