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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문·얼굴·홍채·정맥 … 진화하는 IT 생체인식 기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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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내 스마트폰을 꺼내 들고, 카메라 부근에 위치한 센서를 쳐다보기만 하면 채 2초도 지나지 않아 화면이 켜진다. 다른 사람이 폰을 켜려고 아무리 눈을 맞춰도 화면은 묵묵부답이다. 스마트폰에 달린 홍채 인식 센서가 개별 홍채의 고유 패턴을 파악해 미리 등록한 홍채만을 인식하고 처리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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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전자가 지난해 5월 특허를 출원한 홍채 인식 기술이 새 스마트폰에 적용될 경우 달라질 미래다. 이 회사는 이미 올해 출시된 갤럭시S4 스마트폰에 사용자의 눈동자와 얼굴을 인식해 화면이 꺼지지 않도록 하는 ‘스마트 스테이’ 기술을 선보였다. 업계에선 삼성전자가 내년 출시할 ‘갤럭시S5’에 홍채 인식 기술을 쓸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얇은 스마트폰에 들어갈 만큼 인식 시스템을 소형화할 수 있는지가 탑재 여부의 관건”이라고 설명했다.

 열쇠·신분증·전자키를 넘어서는 생체 인식 보안 기술의 시대가 성큼 다가왔다. 스마트폰을 중심으로 각종 정보기술(IT) 기기가 하나로 통합되고 있지만 개인 정보 위·변조에 따른 정보 유출 피해는 매년 발생하기 때문이다. 안전행정부에 따르면 개인정보 불법 유출과 이에 따른 피싱 사기, 전산망 악용 등으로 인한 연간 피해 규모는 4조원을 넘어섰다.

 생체 인식 기술을 사용할 경우 위조나 변조가 매우 어렵다. 특히 홍채나 정맥 인식 시스템은 지문과 달리 일상생활에서 흔적이 남지 않고, 고유 패턴이 어떻게 이뤄졌는지 밝혀지지 않아 복제가 어렵다. 한국인터넷진흥원에 따르면 국내 생체 인식 시장 규모는 2010년 866억원에서 지난해 3500억원까지 성장했다.

 이 가운데 지문 인식 기능은 이미 보편화됐다. 애플은 지난 9월 출시한 ‘아이폰5S’에서 지문인식 기술을 활용한 잠금 홈 버튼을 탑재해 큰 인기를 얻었다. 대만 HTC의 스마트폰 ‘원’ 역시 지문 인식 기능을 실었다. 팬택은 자사 고유의 지문 인식 기능을 활용한 ‘시크릿’ 시리즈 스마트폰을 올 하반기에 잇따라 내놓기도 했다.

 지문 인식 다음으로 친숙한 기술은 ‘얼굴 인식’ 이다. 얼굴 주요 부위의 간격이나 돌출 정도, 얼굴형 등을 종합적으로 인식하는 방식이다. 다만 정확도가 다소 떨어지는 단점이 있다. 보안기업 에스원은 올해 4월 얼굴 인식 시스템을 자사의 보안시스템에 적용한 ‘페이스체크S’를 발표했다. 출입하는 사람의 얼굴을 카메라가 1초 내 인식해 미리 등록된 사용자만 통과시키거나, 일반·주요인물(VIP)·임시·출입금지 같은 리스트에 따라 관리할 수도 있다. 에스원 관계자는 “현재 카메라로 영상 속 사람의 성별과 연령을 인식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으며, 내년 중 상용화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애플 역시 얼굴 인식 기술을 스마트폰에 탑재하기 위해 미 특허상표청에 관련 특허를 등록하고, 3차원 영상 인식 센서 제조 기업인 이스라엘의 ‘프라임센스’를 3억6000만 달러에 인수하기도 했다.

 정맥 인식 기술을 전자기기에 활용한 기업도 있다. 일본 후지쓰는 지난 3일 자사 노트북 중 손바닥 정맥 인식 기능을 처음으로 탑재한 ‘셀시우스 H730’을 공개했다. 손바닥에 퍼져있는 정맥은 사람마다 그 생김새가 다르다. 이 노트북은 적외선 스캔 시스템을 사용해 정맥을 촬영하고, 미리 등록한 사용자 정맥만 인식해 노트북 잠금을 풀어준다. 인식에 걸리는 시간은 0.01초이며, 성공률은 99.99%에 이른다.

조혜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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