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디아 고, 우즈도 못한 2경기 만의 챔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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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리디아 고가 8일 스윙잉 스커츠 2013 월드 레이디스 마스터스에서 프로 데뷔 두 번째 대회 만에 우승을 차지한 뒤 축하 물세례를 받고 있다. [사진 KLPGA]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미국)는 프로가 돼 첫 우승을 하는 데 5경기가 필요했다. 뉴질랜드 교포 리디아 고(16)에겐 단 2경기면 충분했다.

 리디아 고가 8일 대만 타이베이의 미라마르 골프장에서 벌어진 한국과 대만 여자프로골프 투어 공동 주최 경기인 스윙잉 스커츠 2013 월드 레이디스 마스터스에서 우승했다. 최종 3라운드에서 3언더파 69타, 최종합계 11언더파로 2위 유소연(23·하나금융그룹)을 3타 차로 꺾었다. 박인비(25·KB금융그룹)가 7언더파로 3위를 했다.

 아마추어로서 LPGA 투어 2승 등 프로 대회 4승을 거둔 리디아 고는 프로로 전향한 뒤 두 번째 대회 만에, 기간으로는 3주 만에 우승을 차지했다. 우승 상금은 15만 달러다. 프로가 되면 아마추어 때보다 부담이 많아 쉽지 않을 것이라고 보는 사람도 있었지만 리디아 고에겐 전혀 문제없었다.

 리디아 고는 한때 신지애(미래에셋)가 국내 투어에서 그랬듯 최종라운드에서 유달리 강한 승부사로 자리 잡게 됐다. 리디아 고는 지난해 LPGA 투어 캐나디언 오픈에서 스테이시 루이스(미국)·신지애에게, 올해 캐나디언 오픈에서 수잔 페테르센(노르웨이)에게 역전승했다. 이날 우승은 박인비·유소연과 한 조에서 거둔 또 한 번의 역전극이었다.

 시작은 유소연이 좋았다. 첫 홀부터 버디를 잡아냈고, 9번 홀 버디로 타수 차를 3으로 벌렸다. 승부의 추가 유소연 쪽으로 기우는가 했지만 리디아 고는 전혀 흔들리지 않았다. 아무리 펀치를 날려도 버티다 상대가 지치면 반격하는 맷집 좋은 복서처럼 리디아 고는 버텼고 기회가 오자 날카롭게 공격했다.

 10번 홀에서 유소연의 공이 벙커에 빠져 보기를 하자 기다렸다는 듯 리디아 고는 어려운 브레이크의 버디 퍼트를 쑥 넣었다. 타수 차는 1로 줄었다. 11번 홀에서 유소연은 멋진 어프로치샷을 했다. 핀 2.5m 정도에 붙었다. 그러나 리디아 고의 볼보다 약 10㎝ 멀었다. 유소연의 버디 퍼트는 들어가지 않았다. 리디아 고는 유소연의 퍼트 라인을 참고해 버디를 잡아내 공동 선두가 됐다.

 150야드, 파 3인 14번 홀에서 유소연에게 참사가 터졌다. 한 타 차 선두로 이 홀에 온 유소연은 버디, 파 퍼트에 이어 50㎝ 정도의 보기 퍼트도 넣지 못하면서 4퍼트를 기록했다. 유소연은 16번 홀에서도 50㎝ 정도의 파 퍼트를 넣지 못했다. 리디아 고는 이 홀에서 버디를 잡아 3타 차로 도망갔다.

성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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