⑤국제시장환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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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한국의 수출력이 힘차게 뻗어나간다고 해서 국제시장환경이 항상 유리하게 전개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국제통화위기를 겪을 때마다 각 국의 무역정책은 보호주의적인 색채의 농도를 더해가고 있다.
주요 선진국들은 남북문제와 관련, 국민총생산의 1%를 개발도상국 원조에 돌리자고 제창하고있으면서도 이를 실천하지 않고 있는 것은 물론 『원조보다는 무역으로』라는 개발도상국의 요청을 완전히 무시하고있다.
작년에 미국이 극동 4개국과 맺은 섬유류 수입규제협정이 단적으로 국제시장의 비정을 말해주고 있으며 금년에도 한국산 신발류에 대한 상쇄관세 적용문제가 제기되어 충격을 주고있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구주 각 국, 「캐나다」등이 한국산 섬유제품을 규제할 움직임을 보이고있다.
특히 섬유제품에 관해서는 범세계적인 제한이 내년부터 시작된다는 적신호가 보이고있다.
즉 주요 섬유제품 수입국인 선진국들은 인조섬유와 모직물도 LTA(장기면직물협정)에 포함시켜 일률적으로 「쿼터」제한을 하려는 작업이 GATT(관세무역일반협정)안에 설치된 직물문제작업반에 의해 진행되고 있으며 11월초에는 작업반의 보고서가 GATT총회에 보고될 예정으로 있다.
이 같은 선진국의 태도가 집약된 것이 대 개발도상국 특혜관세제공이다. 선진국들 중 일부는 개발도상국에서의 특정수입품에 대해 특혜관세를 적용하고있으나 자국산업에 영향을 미친다면 이를 용인할 수 없다고 대부분 단서를 붙여 특혜관세율 적용중지, 수입중지, 「쿼터」제 적용 등 비관세장벽을 엄격히 쌓아놓고 있다.
선진국들이 보호적인 경향으로 흐르고있는 것은 ①세계경제에서의 미국의 상대적 지위저하에 따른 다극화 ②IMF(국제통화기금), GATT의 약체화 ③개발도상국의 경기침체(국제적인 부익부·빈익빈) 등에 원인이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있다.
국제적인 환경이 핍박한 가운데에서도 한국에는 밝은 요인으로 등장하는 것이 있다. 대시장인 일본이 「엥」화의 재 절상을 피하자는 방안으로 광·공산품 등 수입품목에 대한 관세를 20% 일괄 인하하여 대일 수출 촉진이 가속화하게 됐다는 것이다.
일본이 관세를 내렸다해서 무제한 수입하는 것은 아닐 것이지만 지금까지 한국상품이 활발하게 진출하던 품목이 다수 포함되고있고, 또한 신규진출 가능성이 보이는 품목도 있어 대일 무역 역조 폭을 줄이는 좋은 계기가 되고있다.
아무튼 세계시장 곳곳에 뿌리박으려는 한국수출은 동·서 화평「무드」가 교역증대에 미치는 영향, 강세 통화의 평가조정 등 좋은 면과 경제「블록」의 확대, 주요선진국의 보호무역조치, 국제통화불안 등 어두운 면에 민감하게 대처하고 이에 맞추어 산업기반을 유도해 나가야하는 것이 지상과제가 될 것이다.<끝><현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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