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DA 허위인증서로 예산 낭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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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경남 합천의 한과업체인 H사는 자사 제품이 미국 FDA(식품의약품안전청) 인증을 받았다고 홈페이지 등을 통해 홍보하고 있다.하지만 이 회사가 선전하는 FDA인증은 ‘가짜’다.

이 회사를 비롯해 66개 중소기업들이 중소기업청의 지원 아래 획득했다고 선전하는 FDA인증이 실상은 FDA와는 아무 관계가 없는 미국 시험연구소의 성분분석 결과보고서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따라 중기청은 이들 회사의 인증 획득을 돕기 위해 지원했던 3억5천5백여만원의 국가 예산을 고스란히 날리게 됐다.

또 FDA 인증을 따려고 비용과 노력을 들인 중소기업들이 애꿎은 피해를 보게 됐을 뿐만 아니라 이들 업체의 선전만 믿고 물품을 구입한 소비자들도 간접적인 피해를 보게 됐다.

이 같은 사태가 벌어지게 된 것은 한 마디로 중기청의 업무 태만 때문이었다.

중기청은 미국에 식품류 등의 수출허가를 얻으려면 FDA 인증을 받거나 FDA가 공인한 시험연구소에서 실시한 성분 분석결과를 첨부해야 한다고 역설해 왔다.FDA는 의료기기나 의약품에 대해서만 인증을 하지,식품류 등에 대해선 인증을 하지 않고 성분 분석자료도 요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몰랐던 것이다.

이로 인해 중기청은 인증사업 전문 컨설팅업체인 H품질연구소에 1999년 2월부터 U사의 천연향신료 등 53개사 제품에 대한 FDA인증 비용 명목으로 2억9천4백여만원을 내주는 등 3개 컨설팅업체에 3억5천5백여만원을 지불했다.이 과정에서 전남의 한 매실 가공업체가 6백여만원을 H품질연구소에 지불하는 등 중소기업들도 적잖은 돈을 내야 했다.

하지만 이들 컨설팅업체가 중소업체에 건네준 서류는 FDA인증과는 상관 없는 미국 현지 시험연구소의 성분 분석 결과보고서였던 것이다.
S개발의 정모(74)씨의 경우는 이런 허점을 이용해 컨설팅 회사를 거치지 않고 건강보조식품에 대한 인증비용 명목으로 중기청에서 8백75만원을 직접 타내기도 했다.

중기청은 지난해 9월 자체 감사에서 이 같은 사실을 뒤늦게 알아내고 지난해 말 컨설팅 업체 3사와 S개발 등 4곳을 대전지검에 사기 혐의로 고발했다.

이에 대해 검찰은 “담당 공무원의 실수로 빚어진 일로 고의성이 없다”는 이유로 무혐의 처분했다.

중기청은 이번 사태와 관련,담당 실무자의 사표를 받았을 뿐 추가 문책은 하지 않고 있다.

중기청은 98년부터 매년 1백억∼1백50억원의 예산을 들여 중소기업의 해외 인증을 획득하는 비용 가운데 최대 70%까지 업체당 5백만∼7백만원을 지원해오고 있다.

대전=김방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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