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장급 이상 20명線 바뀔수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4면

김각영 전 검찰총장에 이은 검찰 수뇌부의 잇따른 사퇴 움직임으로 후속 검찰 간부 인사는 규모나 내용면에서 사상 최대의 물갈이 성격을 띠게 됐다.

金전총장의 한 기수 후배인 송광수(宋光洙.사시 13회)대구고검장이 후임 총장으로 내정된 상태지만 서열파괴 원칙에 따라 인사폭은 커질 것이기 때문이다.

노무현 대통령이 9일 평검사와의 토론회에서 밝힌 "구시대에 젖어 있는 사람들을 빨리 교체하고 싶다"는 입장이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文在寅)청와대 민정수석은 "11일 검사장급 이상 인사는 물론 검찰총장 인사까지 일괄적으로 끝내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속전속결로 검찰의 인적청산을 마무리하겠다는 것이다.

송광수 고검장 내정=宋고검장이 유력 후보로 부상한 것은 강금실(康錦實)법무부장관이 10일 오후 "후임 총장은 내부 신망이 두터운 분으로 모시려고 한다. 내부 반발은 없을 것"이라고 밝히면서부터 감지됐다. 그는 파문을 몰고온 이번 인사안에서 검찰 2인자인 대검차장으로 이미 내정됐었다. 내부 인사 기용이 확정된 이상 宋고검장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검찰 내부에서 "수긍할 수 없는 인물이 오면 그냥 있지 않겠다"는 여론이 비등한 상황에서 청와대가 무리하게 외부 출신을 고집하긴 어려웠던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도 현재 인사청문회를 염두에 둔 인물 검증작업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宋고검장의 경우 문제가 될 소지가 있는 수사분야보다 기획분야에서 오래 근무해 청문회를 무난히 통과할 것으로 청와대는 보고 있다.

검찰 내부에서도 "현재로선 가장 합리적 선택"으로 宋고검장을 꼽고 있다. 이날 오후 사표를 제출한 김학재(金鶴在)대검차장도 "동기인 宋고검장이 총장에 내정됐다고 하니 옷을 벗는다"고 말했다.

서열파괴 및 문책 인사 예상=盧대통령이나 康장관은 "후배가 총장이 돼도 선배 기수들이 사표를 낼 필요가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검찰 조직의 속성상 지키기 어려운 얘기다. 더구나 宋고검장이 검찰 후배들의 신망을 얻고 있어 동기들의 퇴진은 불가피한 상황이다.

총장 동기들이 모두 퇴진한다고 가정할 때 이미 사표를 제출한 사시 14회의 유창종(柳昌宗)서울지검장을 포함해 검사장급 이상 자리만 10개가 빈다. 승진 대상이 많아져도 '능력위주 및 서열파괴'라는 원칙 때문에 선배 기수 위주의 기용이 되지는 않을 전망이다. 사시 16회 등 후배기수들이 고검장에 대거 승진하고 14회와 15회 검사장들은 승진 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다.

또 ▶이용호 게이트 등 각종 게이트 부실 수사▶피의자 구타사망 사건▶고위층과의 부적절한 접촉 등으로 문제가 된 간부들에 대해 추가적인 인사 조치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검사장급 이상 41개 자리의 3분의 1인 13~15개의 검사장.고검장 자리가 공석이 될 전망이다.

따라서 신규 검사장 승진 대상자는 재경(在京)지청장급인 사시 18~19회에다 차장검사급인 20~22회가 포함될 가능성이 커졌다. 물론 이 경우도 기수 순의 일률 승진이 아니라 인물 중심의 발탁 형태가 될 것으로 보인다.

김원배.강민석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