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대 북한 접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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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15일 일본 공동 통신은 일본 자민당 지도자들이 북한과의 관계 정상화를 위해 전직 외상을 단장으로 하는 공식 대표단을 파견할 것을 계획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일본이 대북한 관계의 개선을 위하여 집권 자민당의 고위 사절을 북한으로 보낼 계획을 입안하고 있음은 일본 「다나까」 수상의 등장 때부터 이미 예상되어 왔던 것이다. 일본은 긴장 완화 추세 속에서 「아시아」 안의 외교적 주도권을 행사하기 위하여 대북한 관계를 개선하려고 하고 있는 것은 놀랄 만한 것이 되지 못한다.
다만 우리는 박 대통령의 방일을 얼마 남기지 않고, 이 시기에 그들이 새삼 이러한 「애드벌룬」을 띄운 사실에 대해서는 충분한 경계를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일본의 속셈은 일본이 남북한간의 등거리외교정책을 내세움으로써 박 대통령의 방일 때에 어떠한 양보를 얻어내기 위한 사전 공작이 아닌 가도 추측할 수 있다. 일본으로서는 그 동안 북한 진출에 군침을 삼키고 있었으나, 한국 정부의 강력한 반대 때문에 관계 정상화를 미루어 왔던 것이 그 진실이라 할 수 있다. 그렇던 것이 요즘에 와서 그들은 내놓고서 관계 정상화에「피치」를 올리기로 태도를 바꾼 것이라 볼 수 있다.
일본은 이미 북한 경제 사절단의 방일을 허용, 26일에는 이들을 맞아 일·북한간의 교역 증대와 일·북한 합동 경제 위원회를 신설하려고 하고 있으며 또 일본 경제 대표단의 북한 방문까지 고려하고 있는 실정이다. 일본의「포스트」 중공의 최대 외교 정책이 북한 관계일 것은 이미 짐작되어 온 바이다. 그렇지만 일본과 중공과의 국교 정상화는 일본과 대만과의 단교를 불가피하게 했으나 일본과 북한과의 관계 정상화는 그다지 쉽지 않을 것만은 사실이다. 북한측이 일본에 대하여 한·일 기본 조약의 폐기를 다시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 일본이 한국을 포기하면서까지 북한으로 접근할 수 없는 것이 적어도 이 시점에서는 현실적 여건이기 때문이다. 물론 일본 경제계에서는 남한에의 투자가 이제 포화 상태에 달한 것으로 보아 북한에 더 큰 추파를 던질 가능성이 없지는 않으나 남한에 대한 투자 때문에도 북한과의 교역을 일방적으로 타결하기는 힘들 것이다. 우리는 물론, 일본 정부측이 일본 경제계의 압력과 사회당 등 친 북한 세력의 집요한 요망에 따라 대 북한 관계를 개선하지 않으면 안될 사실을 모르는바 아니다. 또 머지 않아 있을지도 모를 중의원 해산에 대비하여 일본 자민당이 좌익의 지지표를 얻어내기 위하여서도 대 북한 접근 책을 시도할지도 모른다. 이러한 일본의 움직임에 대하여 우리는 예의주시하고 이에 대처하는 방안을 연구하여야만 할 것이다. 우리로서는 이제 일본인이 경제적 동물이라든가 등거리 외교를 펴는 것은 부도덕하다든지 하는 도덕론보다는 그들의 외교정책의 기본 자세가 도덕과는 관계없이(amoral) 실리 추구만을 일삼는 냉혹한 현실 정책에 있음을 직시하고 우리도 이 같은 현실 인식 위에서 일본의 북한 접근을 막는 현실적인 방안을 진지하게 연구 검토하여야만 할 것이다.
외무부 장관은 일본 구민 당이 북한과의 관계 정상화를 위해 사절단을 북한에 파견한다는 것은 한·일 기본 관계로 보아 절대로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논평했다고 하나, 외교에는 불가능은 없는 것이다. 우리는 일본이 북한과 등거리 외교를 펼 수 없도록 국제법상의 대항책과 실속 있는 대 일본 강경 대항 정책을 추구하여야만 할 것이다.
일본이 북한 관계를 개선하도록 방향전환을 하게 한데에는 7·4성명의 영향도 큰바 정부는 자체의 외교 방향을 재정비하고 「할슈타인」원칙의 적용 문제에도 신중을 기해 주기 바란다.
이례적인 박 대통령의 방일을 앞둔 일본의 대 북한 정책 변경을 막는데 정부는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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