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 미군 추가 철수 여부|74 회계연도에도 미정|한국군 현대화와 무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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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워싱턴=김영희 특파원】정통한 미국 정부 소식통은 74 회계연도 중 주한 미군의 병력 수준에 관한 아무런 결정도 내려진바 없다고 주장했다. 74회계 년도는 남북한간의 긴장 완화를 위한 대화가 실질적인 진전을 보인 이래 처음 맞는 연도로서 현재 미국 정부가 입안 중인 예산안에 주한 미군 병력 수준이 어떻게 반영되고 있는지는 큰 관심거리가 되고 있다.
현재 미국 정부의 공식 입장은 「닉슨· 독트린」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주한 미군의 추가 감축이 또 있겠지만 그것은 74 회계 년도가 끝난 이후가 되리라는 것이다.
매년 이맘때가 되면 미국 예산 당국은 새 회계연도의 예산안을 분주히 입안하는데 73년7월1일부터 시작하여 74년6월30일에 끝나는 74회계 연 도중 주한 미군 추가 철수가 실시 될 것인 지의 여부는 아직 분명치 않다.
예를 들어 「레어드」 국방 장관은 지난 2월24일 상원 세출 위원회 증언에서 『우리는 주한 미군을 추가 감축할 것이나 73회계 년도 중에는 감축을 실시하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는데 이는 미국이 이 문제에 대해 취하고 있는 지극히 신축성 있는 입장을 반영한 것이다.
이것은 미국이 74 회계 년도 중에 주한 미군을 추가 철수시킬 것이라는 시사가 될 수도 있고 안될 수도 있는 두 가지의 해상이 가능하다. 정확한 시기는 미정이다. 일부 소식통들은 74회계 연도 중에 추가 철군이 없을 것이라고 보는데 반해 다른 소식통들은 철군이 더 있을 것이라고 본다.
한국 소식통들은 일반적으로 보다 낙관적인 견해를 갖는 경향이 있다.
여러 차례에 걸쳐 한국 측은 한국군 현대화 5개년 계획이 끝나는 1976년까지 주한 미군을 현재 수준으로 유지할 필요성을 거듭 역설해 왔다.
그러나 미국 정부는 주한 미군의 병력 수준이 한국군 현대화 계획과 아무런 관련이 없음을 명백히 했다. 이러한 미국 측 입장은 권위 있는 한국 소식통에 의해서도 확인된바 있다.
이곳 전문가들은 주한 미군의 행동에 관한 문제는 한반도 내외의 새로운 정세와 관련해서 고찰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견지에서 7·4공동 성명이 서울과 평양에서 발표된 다음날 미국무성 관리들이 한국은 대화를 위한 힘의 입장을 계속 확보해야 한다고 말한 점이 주목할 만 하다.『주한 미군의 존재는 한국이 북한에 대해 대화를 제의하는데 대해 불가결한 힘의 근거가 되고 있다』 고 지적한 「브레이」대변인은 이어서 『우리의 대한 지원은 한국이 북한과의 접촉을 진행하는데 있어 자신을 가질 수 있는 힘의 입장을 만들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었다.
「브레이」 대변인은 다시『우리는 한국의 안보에 영향을 끼칠 만한 어떤 행동을 취할 경우엔 사전에 한국 지도자들과 협의할 것』이라고 말했다.「브레이」 대변인은 미군이 54년의 한·미 방위 조약에 의거한 한국 측의 요청에 의해 한국에 주둔하는 만큼 주한 미군의 존재는 외세의 간섭을 배제한 통일 원칙을 선언한 남북한 7· 4공동 성명과 배치되는 것이 아니라고 말했다.
작년10월 국무성의 한 고위 관리는 자기의 사견으로서 주한 미군의 철수가 중공과 기타 상대방과의 담판에서 협상 무기로 사용되어야 한다고 말한바 있다.
이것은 바로 세력 균형의 개념을 반영하는 말이다. 사실 이곳에서는「닉슨」 「키신저」 외교가 「빈」 회의형의 세력 균형론에 기초한 것이라는 견해가 종종 대두되고 있다.
만약 이러한 「닉슨」 행정부의 외교정책이 극동 지역에도 그대로 적용되는 것이라면 미국으로서는 주한 미군의 추가 철수 여부에 관한 결정을 내리는데 있어 어느 정도까지는 남북한 대화의 진전과 성과를 계산에 집어넣으면서 고려할 것이라는 것은 충분히 상정할 수 있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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