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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과 폭력|TV가 주는 그 영향과 검열철폐의 문제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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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레오날드·바코위치」는 미국 「위스콘신」대 심리학교수. 특히 폭력문제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어서 「공격-그 사회심리학적 분석」과 「공격의 본질」 이라는 저서까지 내었다. 그는 인간의 공격성과 이타주의가 『동전의 앞뒤처럼 밀집한 관계에 있다』고 본다. 다음에 소개하는 글은 『외설과 외설사진에 관한 보고서』 및 『폭력의 원인과 방지에 관한 보고서』를 그의 독특한 광각적 심리 분석으로 종합 비판한 것이다.
「외설에 관한 보고서」와 「폭력에 관한 보고서」는 약1년의 간격을 두고 이 문제에 관한 미국의 두 특별 위원회서 발표되었다. 그런데 이 두 가지 보고서는 그 결론부문이 너무나 틀린다. 즉 폭력에 관한 보고서는 TV의 잔인한 폭력 「신」이 인간의 성격이나 태도를 변경시키는데 커다란 역할을 한다고 분석하면서 『문명사회에서 도저히 용납될 수 없는 도덕관을 조장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리고 TV의 「프로」에서 희극적인 폭력 「신」을 제외한 일제의 잔인한 행위를 빼버리도록 충고한 것이다.
그러나 외설에 관한 보고서는 성을 묘사한 책이나 영화가 사회적 해악을 미친다는 증거는 발견할 수 없다고 말했다.
『도착행위나 소년범죄, 그리고 반사회적 행위의 전문가들은 외설영화나 책이 이러한 탈선행위와는 아무런 관련도 없다고 주장하며 실험결과도 마찬가지임을 증명했다』고 보고한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이 보고서는 정부가 현재 실시하고 있는 외설물의 판매·진열·배포금지를 당연히 철폐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이를테면 성에 관해 알거나 들을 수 있는 권리도 국민의 기본권에 속하므로 필요 없는 억제조치는 즉시 해제하라는 얘기였다.
대부분의 지식인들은 이 두 가지 보고서에 대해 모두 찬의를 나타내었다. TV에서 폭력 「신」을 없애는 것과 외설물을 자유롭게 볼 수 있도록 하는 것은 모두 옳은 일이라는 투이다.
나는 이와 같은 검열의 존폐문제에 대해 찬성이나 반대 의견을 내세우려고 이 글을 쓰는 것은 아니요. 사실 어떤 일을 금지한다는 사회적 결정은 언제나 가치관·「이데올로기」·추측·편견 등에 의해 영향을 받기 마련이다. 위에 소개한 2개의 보고서도 순수히 과학적인 조사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다시 말해서 2개의 보고서가 각기 다른 주장을 담게 된 것은 조사방법의 차이나 조사자들 태도의 좋고 나쁨 때문이 아니다. 자신들도 미처 깨닫지 못한 편견, 「이데올로기」, 가치관의 작용 때문이라는 얘기이다.
먼저 폭력에 관한 조사를 했던 사람들을 보자. 이들은 폭력적인 「신」을 본 사람은 누구나 근육반응, 감정, 사고 등에서 공격반응을 일으켰음을 중요시했다. 그러나 내가 조사한 바로는 TV나 영화에서의 폭력장면은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약하고 일시적인 영향밖에 주지 않았다.
사람이 가장 격렬한 공격반응을 일으키는 때란 자신의 폭력에 의해 좋은 결과가 초래되리라고 믿는 경우이다.
또 「매스·미디어」를 통해 방송되는 폭력「신」이 어느 정도의 기간동안 그 영향력을 지속하는 가도 새로이 검토해봐야 할 문제이다. 「위스콘신」 대에서 최근 실시한 실험결과에 의하면 폭력의 자극반응은 생각처럼 오래가는 것이 아님이 명백하다.
예컨대 폭력영화를 본 대학생과 폭력 「신」이 나오지 않은 영화를 본 대학생의 반응의 차이는 기껏해야 1시간 정도밖에 안되었다.
외설물 조사위의 실험결과도 이와 마찬가지였다. 외설서적이나 영화를 봐서 받은 자극은 극히 짧은 시간만 지속되었던 것이다.
70년에 있었던 「제이·맨」 실현에서도 이와 같은 사실은 충분히 입증되었다.
이상에서 알 수 있듯이 「매스·미디어」를 통한 폭력과 「섹스」의 소개는 결코 장기적인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
그러나 문제는 수백만의 시청자들 가운데 지극히 예외적인 성격의 소유자도 있을 수 있다는 점에 있다.
이를테면 「외설」영화의 비정상적인 성행위를 보고서 그것을 실제로 하고 싶어서 못 견뎌하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겠고 또는 폭력영화를 본 뒤 범죄행위를 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는 얘기이다. 나는 이와 같은 예외적 유형의 인간이 존재한다는 것을 부인하지 않는다.
지금까지는 「미디어」의 자극효과를 주로 취급했으나 인격의 형성에 대한 영향에 있어서도 두 보고서의 견해는 엇갈린다.
폭력보고서는 TV의 영향이 크다고 지적했으나 외설물 조사보고서는 이를 무시하고 있다. 오히려 성에 관한 지식을 널리 알림으로써 쓸데없는 불안감이나 죄악감을 해소해야 한다고 권장하는 것이다.
외설보고서는 또한 성에 대한 자극은 어느 정도 면역성을 갖는다고 주장했다. 이점은 「제임즈·하워드」의 조사결과에서도 증명되었다. 외설물을 매일같이 보게 했던 대학생들은 마침내 초기의 흥미나 호기심을 거의 완전히 상실해 버리더라는 얘기였다.
이상의 결과를 종합해 볼 때 폭력이나 「섹스」에 관한 일체의 검열이나 제한을 철폐해도 우리가 생각하는 것과 같은 무질서한 상태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도 있음직하다.
그리고 일부에서는 이러한 주장을 공공연히 내세우기도 한다.
그러나 나는 다음과 같은 사실을 특히 강조하고 싶다. 첫째, 사회과학적인 조사에서도 「섹스」와 폭력의 자유화가 전혀 나쁜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사실이 입증되지 못했고 둘째, 설사 이것이 입증된다 하더라도 어느 사회가 무엇을 금지할 것인가는 도덕관의 문제이지 과학적 실험이나 사회과학의 판단에 좌우될 성질의 것이 못된다는 점이다. <외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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