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의 적, 소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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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동「아시아」의 4극 체제는 바야흐로 본 궤도에 들어섰다. 미·소·중공의 3각 관계에 일본이 끼어 들어 향후의 「아시아」 정세는 자못 어떻게 변화할지 미묘하다.
우선 그 「변화」의 첫 반응은 중·소 관계에 나타나고 있다. 중공은 자신의 최대 적을 미국 아닌 소련으로 바꾸어 놓은 사실을 들 수 있다. 이와 같은 사실은 중공정권 수립 기념일인 지난 1일 중공의 3대 주요 일간지 공동 사설의 논지로 지적되었다. 이 신문들은 중공 외교 정책의 이론을 뒷받침하고 있는 점에서 특별한 관심을 쏟을 만하다.
미국은 이른바 「닉슨·독트린」이후 자신의 대외적인 영향력을 서서히 줄여가고 있다. 이것은 동「아시아」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미국의 그 자리엔 이제 일본이 한발 두발씩 몸체를 들여 넣고 있다. 중공은 재빨리 그 정세를 타고 일본과 화해를 이룩했다. 이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닉슨」의 중공방문이다. 그 결과로 양국은 밀월시대를 맞았으며, 동「아시아」 문제에도 한숨 돌린 형편이 되었다. 결국 중공의 대미 적대감은 그만큼 부드러워질 수 있게 된 것이다.
한편 소련은 그 나름으로 「유럽」의 정국 안정과 함께 마음의 여유가 생겼다. 그것은 곧 활동의 폭이 넓어진 것을 의미한다. 반면에 소련과는 대립 관계인 중공의 세력은 팽창을 거듭하고 있다. 소련은 따라서 자국 영토의 3분의 2가 「아시아」지역에 몸담고 있는 현실을 외면할 수 없다.
소련은 뒤늦게나마 자신의 영향력이 「아시아」지역에서 소극적이었던 사실을 절실히 깨달은 것 같다. 더구나 중공의 세력이 부풀어 가는 현실은 그들의 머리에 찬물을 끼얹어 줄 것이다.
최근 소련의 해군력이 눈부시게 증강된 것도 우연은 아니다. 75년 무렵이면 세계 어느 지역에서나 미국의 그것을 능가하리라는 관측도 있다. 물론 「아시아」의 아랫목인 인도양도 포함해서 하는 이야기다.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일본해를 거쳐 대서양·인도양으로 통하는 항로 장악은 바로 「아시아」의 정세와 깊은 관계가 있다. 또한 소련이 근래에 열의를 갖고있는 「시베리아」의 개발도 이 항로를 확보하지 못하면 아무 소용이 없다. 「시베리아」의 자원을 수송할 「루트」가 없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사실은 당연히 중공의 포위와도 상관이 된다. 미 「프린스턴」대 「조지·캐넌」교수도 근착 「포린·어페어즈」지에서 그런 사실을 지적한일이 있다. 『제3세계에 대한 소련의 정책은 중공을 우선 봉쇄하는 것』이라고. 따라서 중공은 자신의 노력과 안전을 위해서도 소련을 직시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최대의 적, 소련』이라고 외치는 중공의 심정은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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