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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신문 "변절하지 말아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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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4일자 글에서 “수령을 모시는 길에서 조금이라도 흔들려서는 안 된다”며 “후퇴하거나 변절하지 말아야 한다”고 밝혔다. 2면에 ‘혁명적 신념은 목숨보다 귀중하다’는 제목의 긴 글을 싣고 “혁명은 곧 신념이고 의지이며 배짱이라는 것이 위대한 김정일 동지의 간곡한 유훈”이라고 강조했다. 북한 관영매체가 ‘변절’ 등의 표현을 사용한 글을 게재하는 건 이례적이다. 지난달 하순 장성택 국방위 부위원장 측근에 대한 공개처형 움직임과 맞물려 눈길을 끈다.

 노동신문은 또 “초기 혁명활동 시기 수령님(김일성 주석을 지칭)을 받들어 모신 혁명동지들은 다 수령님보다 나이가 10~15년 위인 사람들이었다”며 “하지만 그들은 수령님을 진심으로 받들었다”고 강조했다. 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은 “어린 나이(29세)의 김정은이 60~70대가 주축인 노동당과 군부를 이끌어 가야 하는 점을 염두에 둔 것”이라며 “이른바 항일투쟁 시기부터 연소한 지도자를 받드는 전통이 있었다는 걸 부각시키려는 의도”라고 풀이했다.

 신문은 “세상에 배신자들처럼 더러운 자들이 없다. 나는 동상이몽하는 자들을 제일 증오한다”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말을 인용한 뒤 “좋은 날, 평범한 날에는 사람의 본색이 잘 드러나지 않지만 준엄한 날에는 그대로 드러난다”고 지적했다. 또 “신념의 인간은 신임과 의리를 저버리는 것과 같은 배은망덕의 길을 절대 걷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신문은 “적들 앞에 투항하고 딴 길을 걷는 사람만이 배신자가 아니다”며 “난관 앞에서 무릎을 꿇고 동요하는 사람에게서 어찌 신념을 논할 수 있겠는가”라고 강조했다.

 정부 당국자는 “이용하 제1부부장과 장수길 부부장 등 장성택 사람들을 처형한 명분이 반당(反黨) 혐의였다는 점에서 당 기관지를 통해 경고메시지를 보낸 것”이라고 말했다. ‘간곡한 유훈’이란 표현까지 동원해 김정일의 뜻임을 강조함으로써 김정은에 대한 절대충성을 촉구한 것이란 얘기다. 현 시기를 김정은 후계권력을 다져가는 불안정한 과도기로 북한 지도부가 인식하고 있는 분위기도 드러난다.

 신문은 김정은 체제에서 이탈하려는 어떤 시도도 용납하지 않겠다는 경고로 끝을 맺었다. 그러면서 “김정은 원수님과 심장의 박동을 함께하지 않고 행복이 오기를 앉아서 기다리는 사람, 말로만 일하고 시간을 쪼개가며 헌신적으로 일하지 않는 사람은 혁명의 동행자라 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영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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