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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성택, 김정은 겨냥 "그러면 안 되는데" … 역린 자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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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장성택이 집권 2년차 들어 드라이브를 걸던 김정은의 정책에 대해 강한 비판을 해왔다고 정부 당국자가 4일 전했다. 또 김정은이 주관하는 행사에서 딴청을 피우거나 정자세로 있지 않고 한쪽 다리만 굽힌 채 짝다리로 서 있는 등 자유분방한 모습을 보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대북 소식통은 “북한이 최근 발표한 14개 경제특구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장성택이 ‘나진은 썩었다’고 발언하는 등 경제특구 확대 조치에 대한 반대를 했다”며 “김정은이 기업이나 기관에 자율권을 부여해 생산성과를 늘리는 독립채산제를 확대해 실시하는 것에 대해서도 아직은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보였다”고 말했다.

 북한의 특구 선정과 독립채산제 확대는 김정은의 야심 찬 경제 프로젝트였다. 장성택은 개방파로 분류되는 인물로, 김정은을 도와 북한의 개방을 이끌어갈 것으로 기대됐다. 그런 만큼 이 같은 그의 언급은 의외였던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개성공단 폐쇄 문제를 놓고도 김정은에게 반대했다고 한다.

 그는 지난 3월 부인인 김경희 당 비서에게 “지도자 동지(김정은)가 당신(김경희) 말은 들을 테니 그러면 (공단을 폐쇄하면) 안 된다고 말 좀 하라”는 주문을 했다고도 정보 당국은 파악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국가체육지도위원회 위원장으로 권력의 중심에서 한 걸음 물러나 있었지만 남북관계나 국제사회의 반향 등을 고려해야 한다는 이유에서 직·간접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하려 한 셈이다.

 결과적으로 그의 이 같은 행보가 김정은으로선 불편하게 비쳤을 것이란 해석이 나오고 있다. 뒷전에서 반기를 든 모양새이기 때문이다. 김정은 입장에선 후견인으로서의 조언이 아니라 권위에 대한 도전으로 받아들일 수 있었다는 게 정부 당국자들의 평가다.

 장성택이 김정은의 현지지도를 수행하거나 공식 행사에 참석했을 때 보인 행동도 실각설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분석이 있다. 실제로 본지 통일문화연구소가 김정은의 공개활동 영상을 분석한 결과 장성택은 김정일 집권 시절 그의 옆에 서 있을 때와는 사뭇 다르게 ‘자유로운’ 자세를 취하고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4월 25일 창군기념 열병식 때의 모습이 대표적이다. 당시 김정은을 비롯해 다른 참석자들은 거수경례를 하며 군인들의 인사를 받았다. 하지만 그는 손을 올리지 않았다. 열흘 전인 4월 15일 김일성 생일을 맞아 시신이 안치된 금수산태양궁전 참배 때는 거수경례를 하긴 했지만 김정은에 앞서 가장 먼저 손을 내렸다. 김정은의 동작이 끝나지 않았는데 다음 행동을 한 것이다. 우리나라 대통령이 국립묘지를 찾았을 때 대통령의 참배가 끝나지 않았는데 측근 참모들이 참배를 마무리한 것이나 마찬가지인 상황이 연출된 것이다.

 또 김정은이 참석한 회의에서 팔을 팔걸이에 기대고 몸을 삐딱하게 하고 있거나, 김정은의 현지지도 때 짝다리를 짚고 서는 등 다른 사람들의 경직된 모습과는 확연하게 달랐다. 지도자를 신격화하는 북한 사회에선 튀는 행동들의 연속이었다. 김정은 신격화에 열중하고 있는 상황에서 그를 경시하는 듯한 모습으로 비칠 수 있다는 게 정부 당국의 분석이다. 통일부 당국자는 “장성택은 2004년 좌천되기 직전에도 다른 사람들에 비해선 덜 경직된 모습을 보였지만 이 정도는 아니었다”며 “2007년 복권된 이후에는 김정일 앞에서 두 손을 앞쪽으로 가지런히 모으거나 김정일의 지시를 꼼꼼하게 적는 등 군기가 바짝 든 모습이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랬던 그가 김정은 앞에서는 자유분방하게 하는 모습을 보였고, 그런 모습이 북한 TV 등 언론을 통해 고스란히 전달됐을 경우 장성택의 반대자들이 불경죄로 몰아갔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결국 김정은의 정책에 반대하고, 최고지도자를 조카 취급하는 듯 보이는 듯한 행동을 한 것도 실각설의 주요한 배경이라고 정부 당국자들은 설명하고 있다.

정용수 기자, 정영교 통일문화연구소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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