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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성택 신변은 이상 없지만 측근들 구속 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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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류길재 통일부 장관은 4일 실각설이 나돌고 있는 북한 장성택 국방위 부위원장과 관련, “신변엔 이상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류 장관은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 참석, “장성택 측근인 이용하 당 제1부부장, 장수길 부부장의 공개 처형 사실은 확인됐고 장성택 조직과 연계된 인물에 대한 구속 조치가 진행되고 있다”며 “장성택 역시 모든 직책에서 해임됐을 가능성이 매우 높아 보인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장성택이 실각을 했다고 단언할 수는 없지만 파악한 정보에 따르면 그럴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단순히 설이라고 하기에는 위중한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장성택의 부인 김경희(김정은의 고모) 당 비서에 대해서는 “특별히 이상이 있다는 것에 대해서 알고 있는 바는 없다”고 덧붙였다.

 장성택의 행방에 대해 류 장관은 “파악 하고 있으나 밝힐 순 없다”고 말했다. 측근들의 숙청과는 별개로 장성택은 현재 직무를 정지당한 채 자택 등에 연금 상태로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가 정부 당국과 전문가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 정보당국은 김정은 북한 국방위 제1위원장이 지난달 29일 최북단 백두산 지역을 방문한 사실에 주목하고 있다. 이 시기는 장성택 측근 세력에 대한 공개 처형이 이뤄진 때(11월 하순)라고 국가정보원이 밝힌 직후다. 정보 당국 관계자는 “장성택 실각 첩보를 입수하고 북한 권력 내 동향을 주시하던 상황에서 김정은이 평양을 비운 상황이 벌어져 한·미 정보 당국이 촉각을 곤두세웠다”며 “당시 김원홍 국가안전보위부장 등 핵심 측근들과 삼지연 특각(별장)에서 대책회의를 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여기엔 황병서 당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과 박태성·홍영칠 부부장 등 김정은 시대 들어 급부상한 핵심 실세들이 수행했다. 장성택이 빠진 대신 김양건 당 통일전선부장이 동행했다.

 전문가들은 “숙청을 주도한 보위부장까지 데리고 평양을 떠나 먼 지방을 찾은 점으로 볼 때 장성택 실각설이 당초 알려진 것보다 심각한 수준은 아닐 가능성이 높다”(유동열 치안정책연구소 박사)고 진단했다. 지난달 20일 평양에서 보위일꾼대회를 열고, 김정은이 직접 참석한 것도 그가 상황을 비교적 잘 통제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국정원은 장성택 세력에 대한 조사와 공개 처형 등을 보위부와 당 조직지도부가 주도하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국정원 산하 국가안보전략연구소도 5일 열릴 세미나에 앞서 공개한 자료에 “현재 김정은은 장성택에게 자숙을 지시한 상태이고, 따라서 장성택은 과거에도 그랬던 것처럼 시간이 지나면 재등장할 가능성이 있다”는 내용을 담았다. 외교 소식통은 “미국과 일본도 장성택의 복귀 가능성을 주시하는 분위기”라고 귀띔했다.

 한 관계자는 “장성택의 매형인 전영진 쿠바 주재 북한대사와 조카인 장용철 말레이시아 주재 대사도 최근 평양으로 소환되는 등 장성택 세력에 대한 대대적인 손보기가 진행 중인 상황”이라고 전했다. 중국 망명설 등 다양한 관측이 나오지만 당국자들은 “아직 그런 징후나 첩보는 없다”고 일축했다. 북한은 장성택의 거취 문제에 대해 침묵하고 있다. 박수진 통일부 부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지난해 7월 이영호 숙청 때와 2011년 3월 주상성 인민보안부장 해임 때는 북한 관영매체를 통해 보도가 나왔다”고 말했다. 북측의 공식 발표가 없는 상태라 실각을 단언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이 때문에 김정일 사망 2주기가 되는 오는 17일이 장성택 실각 미스터리를 푸는 계기가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김정은과 북한 권력의 핵심이 총출동할 추모행사에 빠진다면 ‘장성택 유고’가 공식 확인되는 셈이다.

이영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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