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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부금 세제 지원 축소 안될 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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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지난해 3월 영국 기부업계가 발칵 뒤집혔다. 조지 오스본 재무장관이 기부금에 대한 세제 지원을 축소한다는 방안을 발표했기 때문이다. 액수와 관계없이 기부금 전액을 소득공제해 주던 것에서 연간 5만 파운드(약 9000만원)의 상한선을 두는 것으로 바꾼다는 내용이었다. 조세특례제한법·세법개정안이 발표된 올해 국내 상황과 여러모로 비슷했다.

 당시 반대 캠페인을 주도했던 ‘nfp시너지’의 조 삭스톤(Joe Saxton·사진) 대표는 영국 기부업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로 꼽힌다. 2003년 영국 일간지 ‘가디언’이 뽑은 사회 정책 분야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에 선정됐고, 올해는 비정부기구(NGO)에 수여하는 ‘제3섹터 최우수상’도 받았다. nfp시너지는 NGO를 위한 연구컨설팅 기업이다. ‘2013 나눔문화선진화 컨퍼런스’ 참석차 방한한 그를 3일 만났다.

 - 영국 재무부의 기부금 세제 개편안은 어떻게 됐나.

 “기부단체가 똘똘 뭉쳐 재무장관의 이름을 딴 ‘돌려줘, 조지(Give it back, George)’라는 캠페인을 펼쳤다. 고액기부자가 많은 예술단체가 함께했고 영화배우·예술가 등 유명인이 동참했다. 3개월 만에 정부가 백기를 들었다.”

 - 한국 도 비슷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내가 한국에 있다면 시민들이 낸 기부금을 받는 NGO단체들을 결집시키겠다. 잘못된 기부금 정책의 영향으로 지원이 끊겨 없어진 자선사업 등을 찾아 구체적으로 알려야 한다.”

 - 한국 정부는 ‘고액기부자가 많지 않아 타격이 적을 것’이라고 한다 .

 “고액기부자가 기부를 줄이면 자선단체와 수혜자의 손해는 엄청나다. 제로섬 게임이 아니라 마이너스 게임이다. 세제 지원 축소의 가장 큰 문제는 정부가 기부를 장려하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던지는 것으로 인식된다는 점이다.”

 - 관련 규제 가운데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

 “한국에선 기부단체가 성격에 따라 보건복지부·외교부 등 각기 다른 정부 부처에 등록을 해야 한다는 점이 특이했다. 영국은 한 부처에서 담당한다. 기부단체 수입의 15%만 행정비에 쓴다는 규제도 이상하다. 단체의 빈익빈 부익부를 가속화시키는 규제라고 생각한다.”

이정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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