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성택 실각' 어떻게 알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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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성택 실각’이 알려진 건 3일 오후 국회에서다. 국정원 한기범 1차장이 국회 정보위원장과 정보위 여야 간사에게 실각 사태를 보고하면서다. 국정원은 그러나 어떻게 파악했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경로는 알리지 않았다. 여야 간사인 새누리당 조원진 의원과 민주당 정청래 의원은 모두 “그 내용은 보고받지 않았다”고 했다.

 국정원은 ‘김정은 체제’ 2년(내년 1월)을 앞두고 북한의 내부 동향을 면밀히 감시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북한 각지에서 벌어지는 공개 처형과 군부의 물밑 동향을 집중 추적했다. 북한의 공식 매체에 등장하는 미묘한 논조 변화가 내부 권력 갈등에서 비롯됐는지도 분석해 왔다. 이와 관련해 조 의원은 “12월 1일자 노동신문에서 김정은 유일영도체제를 철저히 세우며 세상 끝까지 김정은과 운명을 함께할 것을 촉구하는 보도를 내보낸 게 이와(장성택 실각) 관련돼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조 의원은 또 “북한 내부적으로 장성택 측근을 반당 혐의로 공개 처형한 사실을 전파하고 김정은에 대한 절대 충성을 강조하는 사상교육을 실시하는 등 내부 동요 차단에 부심 중”이라고도 설명했다.

 이는 국정원이 공식 매체 분석은 물론 북한 내부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상 징후’를 다양한 경로로 확인했음을 시사한다. 국정원의 파악 경로엔 제3국의 휴민트(인적 자원을 이용한 정보) 등도 포함된 것 아니냐는 얘기도 돌고 있다.

 여야는 이날 국정원의 보고 내용을 놓고도 서로 다른 얘기를 했다. 정청래 의원은 “장 부장과 부인인 김경희가 부부 사이가 좋지는 않았다고 한다”며 “그럼에도 김경희가 남편을 위해 실각까지 시켜서 되겠느냐는 조언을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한 시간 후 브리핑에 나선 조원진 의원은 “(김경희가 말렸다는)그런 얘기는 없었다” 고 했다.

 ◆북한군 특이동향 없어=장성택 실각설이 나온 직후 군의 한 관계자는 “북한군은 지난 2일부터 연례적인 동계훈련을 시작했지만 도발 가능성 등 특이한 동향은 아직 포착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하선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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