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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고모부 장성택 세력 쳐내 권력 굳히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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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2월 16일 군 열병식에서 김정은 북한 국방위 제1위원장(오른쪽)이 고모부인 장성택 국방위 부위원장(인민군 대장) 앞을 지나가고 있다. 열병식은 김정일의 70회 생일을 기념해 평양에서 열렸다. 장성택은 그로부터 1년10개월 뒤 실각설이 나왔다. [로이터=뉴스1]

평양 권력 2인자의 고개가 꺾였다. 이번엔 처남인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아닌 29살 처조카 김정은(국방위 제1위원장)에 의해서다. 3일 불거진 장성택(67) 국방위 부위원장 숙청설로 집권 2주년을 보름 앞둔 김정은 체제의 향배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장성택이 김정일 사후 등장한 김정은 체제의 최대 후견세력이자 로열 패밀리의 핵심이었기 때문이다.

 국가정보원은 이날 장성택의 측근 인물인 이용하 노동당 행정부 제1부부장(차관급)과 장수길 부부장이 반당(反黨) 혐의로 11월 하순 공개 처형됐다고 국회에 보고했고, 민주당 정보위 간사인 정청래 의원이 이를 공개했다. 국가안전보위부가 이들 두 사람을 비리 혐의로 조사했고, 군 내부에 공시된 처형사건 이후 장성택은 자취를 감추었다는 내용이다. 장성택이 부장을 맡고 있는 행정부는 공안기관을 관장하는 노동당 핵심 부서다. 국정원은 보고에서 “ 처형 이후 장성택 소관조직과 연계인물에 대해 후속조치를 진행하고 있다”며 “장성택도 실각했을 가능성이 농후해 보인다”고 밝혔다고 정 의원은 전했다.

 김정은이 고모부인 장성택 세력에게 숙청의 칼날을 들이댄 뜻밖의 상황이 불거지자 권력투쟁의 신호탄 아니냐는 관측이 우선 제기됐다. 지난해 7월 군부의 외화벌이 이권을 노동당과 내각에 돌리려던 정책에 반기를 든 이영호 총참모장이 전격 숙청된 데 이어 이번에는 당과 권력기관의 핵심 실세인 장성택을 향한 군부의 반격이 시작됐다는 해석이다.

 장성택이 다른 김정은 후견세력인 최용해 군 총정치국장과의 권력투쟁에서 패한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고영환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최근 김정은의 곁에는 항상 최용해가 있어왔다”며 “지난해 3인자였지만 올 2월 핵실험 이후에는 놀라운 성장세를 보여왔다”고 말했다. 두 사람이 2인자 자리를 놓고 경쟁하는 관계였다는 얘기다. 그렇지만 김정은 수행 동영상을 분석해보면 두 사람이 언덕을 오를 때 서로 부축을 해주는 등 각별한 사이란 반론도 있다.

 집권 3년차를 앞둔 김정은이 권력 굳히기에 나선 것이란 해석도 있다. 김일성대 교수 출신인 조명철 새누리당 의원은 “이번 사태는 김정은의 유일체제가 강화됐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2인자가 용납되지 않는 권력을 만들려는 시도란 설명이다. 김정은 체제에 도전할 조직적인 세력이나 권력투쟁 수준의 갈등은 파악되지 않는다는 게 한·미 정보 당국의 판단이다. 김정은이 후견 3인방(장성택·김경희·최용해)의 한 축을 제거하려는 것도 권력에 대한 자신감이 없으면 어려운 일이란 것이다.

 김정일 시기부터 평양시 건설프로젝트를 챙겨온 장성택에게 사업부진 책임이나 비리·축재의 혐의가 씌워졌을 가능성도 있다. 또 외자유치와 북·중 경협부진 문제일 수도 있다. 장성택은 2011년 6월 황금평 특구개발 착공식에 북측 책임자로 참석했고 지난해 8월에는 후진타오 당시 중국 국가주석까지 만났지만 사업에 진척이 없는 상태다. 북한은 장성택 실각 직후인 지난달 21일 13개 경제개발구와 신의주 특구 개발 계획을 공식 발표했다. 정부 당국자는 “장성택에게는 새 특구 개발을 맡기지 않겠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장성택이 현재 어떤 상태인지는 파악되지 않고 있다. 그는 지난달 6일 한 농구경기 관람행사에 참석한 이후 공개활동이 끊겼다. 복수의 대북 부처 관계자들은 이번 조치가 김정은의 직접 지시나 승인 없이는 어렵다는 점에서 그가 노동당 정치국 위원이나 국방위 부위원장 같은 모든 직위에서 해임됐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또 공개 처형 등 숙청작업이 진행 중이라 파장을 예단하기 쉽지 않다는 분석이다.

 일각에서는 장성택이 김정일 집권 때 몇 차례 시련을 딛고 오뚝이처럼 재기했던 전례를 든다. 하지만 이번엔 사정이 달라 보인다. 측근 세력에게 공개 처형이란 극단적 조치를 취하는 등 김정은의 칼끝이 장성택을 정조준한 분위기가 느껴진다는 점에서다. 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은 “고모인 김경희가 김정은에게 선처를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예전의 지위를 회복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영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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