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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랜트의 힘 … 해외건설 수주 48년 만에 6000억 달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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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SK건설과 한국서부발전은 2일 태국 방콕에서 현지 은행으로 구성된 대주단과 라오스 세피안-세남노이 수력발전소 건설과 운영을 위한 자금 조달 약정을 체결했다. 이 프로젝트는 라오스 남부 메콩강 지류인 세피안-세남노이 강에 댐을 건설하고, 낙차를 이용한 수력발전을 해 전력의 90%는 태국으로, 10%는 라오스로 판매하는 사업이다. 이 발전소를 짓는 SK건설은 6억8000만 달러를 벌어들이고, 서부발전은 2019년 발전소 준공 후 27년간 운영을 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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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일 방콕에서 날아온 소식은 SK건설과 서부발전뿐 아니라 한국 건설업계 전체의 희소식이다. SK건설의 수주액 6억8000만 달러가 더해져, 한국의 해외건설 수주액 총누계가 6000억 달러를 넘어섰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 김기대 해외건설정책과장은 3일 “1965년 11월 태국 고속도로 공사 수주로 우리나라 건설업계가 해외에 첫 진출한 이래 48년 만에 수주 누계로 6000억 달러라는 업적을 달성했다”며“건설 한류가 우리나라 주력 수출품목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대표 성장동력으로 자리 잡았다”고 평가했다.

 지난해 해외건설 수주액은 649억 달러로, 수출 주력상품인 석유제품(562억 달러)과 반도체(504억 달러)·자동차(472억 달러)·선박(397억 달러)을 넘어선다. 고용효과도 크다. 2008년 말 9000명 수준이던 해외현장의 한국인 직접고용 인원은 지난해 말 2만8000명으로 늘어났다.

 김 과장은 “같은 기간 기자재 수출 등 연관산업까지 포함하면 해외건설의 고용유발 효과가 훨씬 더 클 것”이라며 “국내총생산(GDP) 대비 해외건설 비중도 약 6%를 차지해 어려움에 처한 우리 경제에 큰 버팀목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48년간 해외건설 수주를 지역별로 살펴보면 중동이 전체 수주액의 58%(3477억 달러)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다음으로 아시아가 29.7%인 1784억 달러, 중남미가 4.1%로 244억 달러를 기록했다(표 참조). 공사 종류별로 볼 때는 플랜트가 전체의 55%인 3320억 달러로 가장 많다. 1970~80년대 주력 분야였던 건축과 토목은 각각 1300억 달러(21.6%)와 1161억 달러(19.3%)를 차지했다. 하지만 ‘건설 한류’ 수주액 누계 6000억 달러의 이면에는 어두운 면도 있다. 국내 건설업체들이 해외에서 저가 수주를 해서 수익성이 많이 나빠졌다. 아이엠투자증권에 따르면 현대건설·삼성물산·대우건설·GS건설·대림산업·삼성엔지니어링 등 국내 6대 대형 건설사가 2009~2011년 해외에서 수주한 저가 사업은 계약액 기준으로 총 37조3000억원에 달한다.

 국토부 관계자는 “정부도 이 같은 점을 인식하고 있지만, 정부 차원에서 직접 개입하는 것은 발주국 내 경쟁법과 형법 위반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조심스럽다”며 “정부가 우리 기업의 수주 동향을 모니터링하고 있긴 하지만, 해외건설협회에 수주질서 유지를 위한 해외공사수주협의회를 두는 방식으로 접근하고 있다”고 말했다.

 건설업계에 따르면 해외건설 수주는 제값에 공사를 따내도 남는 수익이 적다. 수익이 많이 남는 설계나 자재는 외국 업체에 의존해야 하기 때문이다. 국내 한 대형 건설업체는 지난해 말 동남아시아에서 2500억원에 발전플랜트를 수주했다. 하지만 수주액의 40%인 1000억원을 일본 업체에서 핵심 자재를 구입하는 데 썼다. 이 회사는 공사로 얻는 수익이 7%에 못 미칠 것으로 내다본다.

 해외건설협회 김태엽 정보기획실장은 “대규모 공사를 따내도 설계·자재 때문에 수주액의 절반 이상을 외국 업체에 지불하니 정작 남는 것이 없다”며 “고부가가치 영역에 대한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박비원 대우건설 해외영업기획팀장은 “이제 저가 경쟁으로는 수주가 쉽지도 않고 되레 타격을 입을 수 있어 기술력을 내세워 프로젝트를 따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세종=최준호·최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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