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TPP 참여, 국익 극대화가 답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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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정부가 지난 주말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참여 방침을 밝혔다. 지난달 29일 ‘관심 표명’에 이어 어제부터는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세계무역기구(WTO) 각료회의에 참석한 TPP 참여국들과 예비 양자협의를 시작했다. 사실상 본격 협상 참여가 시작된 셈이다. TPP는 미국·일본·캐나다·멕시코 등 12개국이 지금보다 높은 수준으로 시장을 개방하는 자유무역협상이다. 협상이 타결되면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38%, 무역량의 28%를 차지하는 세계 최대 경제공동체가 탄생한다. 수출로 먹고사는 우리나라로서는 TPP 참여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그간 우리 정부는 TPP에 다소 거리를 둬왔다. 정치·외교적 부담에 비해 경제적 실익이 크지 않다고 봤기 때문이다. 이미 우리는 미국·칠레 등 TPP 협상 참여 7개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하고 있다. TPP로 시장을 조금 더 연들 우리가 추가로 얻을 게 많지 않은 게 사실이다. 게다가 TPP는 미국이 아시아·태평양 국가들을 묶어 이 지역에서의 중국 영향력을 차단하려는 의도로 시작된 측면이 있다. 우리로서는 제1교역국이자 최대 흑자국인 중국의 입장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런저런 사정을 재느라 뒤늦게 협상에 참여한 만큼 좋은 성과를 내기 위해 더 많은 지혜와 노력이 필요하다.

 우선 중국과의 관계를 다치지 말아야 한다. TPP는 가뜩이나 노골화하고 있는 미·일과 중국 간 군사·외교 갈등에 이어 경제 갈등을 본격화하는 촉매제가 될 가능성이 크다. 그런 만큼 우리의 TPP 참여는 중국을 자극할 가능성이 있다. 한·중 FTA 협상의 수준과 속도를 높이면서 중국과의 불필요한 오해를 줄이는 외교적 노력도 병행해야 한다. 중국이 TPP에 맞서 주도하는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에 적극 참여하는 것도 하나의 방안이다.

 둘째, 손익의 총량을 제대로 따져봐야 한다. 협정 발효 후 10년간 2.5% 안팎의 성장효과가 기대된다는 식의 어설픈 낙관론만으론 국민을 설득하기 어렵다. 산업별 손익부터 불분명하다. 일각에선 TPP가 일본 제조업에 일방적으로 안방을 열어줄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실정이다. 원산지 누적 조항 같은 게 대표적이다. 어떤 국가의 기업이 다른 나라에서 생산한 원자재도 해당국 생산으로 인정하는 조항인데, 이미 동남아를 장악한 일본 기업은 이를 활용해 ‘베트남산 일본차’를 무관세로 한국 시장에 들여올 수 있게 된다. 이런 산업별 손익에 더해 개방에 따른 정치·사회적 비용까지 따진 뒤 협상 테이블에 앉아야 할 것이다.

 셋째, ‘촛불 트라우마’ 극복을 위한 노력이 절실하다. TPP는 당장 쌀 관세화와 쇠고기 시장 추가 개방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는 TPP를 통해 ‘제2의 촛불’을 지피려는 세력에게 빌미를 줄 수 있다. 대내외 긴장과 불안이 커지고 있는 시점인 만큼 ‘광우병 쇠고기’보다 인화성이 더 클 수도 있다. 그런 점을 감안하면 아예 TPP 협상이 타결된 뒤에 참여 여부를 국회에서 논의·결정하는 게 정치적 부담을 덜어주는 길일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