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뮌헨」의 남북대화|「올림픽」촌의 이모저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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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뮌헨=한국신문공동취재반】「올림픽」촌에서 남북의 대화가 조심스럽게 이뤄졌다.
북한선수단 1백 명이 16일 새벽에 선수촌에 들어오자 1주일 전에 입촌한 한국선수단과 길에서 또는 식당과 연습장에서 자주 마주쳐 서로 『안녕하십니까?』로 시작 「스포츠」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처음엔 어색하고 서먹서먹했으나 양쪽 선수들은 서로 인사 끝에 어느 정도 밝은 웃음을 띠고 「스포츠맨」다운 정중한 이야기가 오고갔다.
16일 하오1시 선수촌 식당에서 식사를 마치고 나오는 김택수 대한체육회 회장은 마침 식당에 들어가는 북한 임원5명과 악수를 나누면서 『반갑습니다』라는 인사말을 했다.
북한 임원들도 『안녕하십니까?』라는 말을 남기고 식당층계를 올라갔다.
흰줄이 든 감청색 「유니폼」을 입은 북한여자배구선수들을 이끌고 연습장으로 가던 이들은 「헝가리·팀」에선 12번 선수가 제일 세다 고 말하면서 우리는 후방사업요원까지 모두 1백40명이 왔다고 말했다.
한기풍 역도 「코치」는 연습장에서 북한선수들과 함께 연습했는데 그들은 『남수일·김성집 등 옛날 선수들은 뭘 합니까?』라며 「스포츠」소식을 물어왔다.
또 이들은 한 「코치」에게 역도기록 등에 대해 자세히 물으면서 「사우나」와 「샤워· 룸」을 안내해준 한「코치」에게 고마운 표정을 지었다.
원신희 선수가 『처음 도착해서 너무 무리하면 안 된다』고 말하자 『감사합니다』고 허리를 굽혀 인사하기도 했다.
식당에서는 「셀프·서비스」로 줄을 서서 기다리느라고 한국선수들 틈에 서기도 했는데 한국배구의 이춘표 선수가 『쌀밥도 있으니 많이 드시오』라고 북한선수들에게 인사하자『어머나』하는 소리를 내며 반가운 표정.
여자선수 촌에서는 남·북한의 숙소가 아래윗집. 감색상의에 회색 치마를 입은 북한선수들은 여러 차례 한국선수들과 목례를 주고받았다.
한양순 여자감독이 북한의 나이 어린 선수를 붙들고 『무척 피곤하지? 오늘은 푹 쉬세요』라고 하자 수줍은 듯 생긋이 웃으며 나갔다.
「뮌헨」영사관 이경훈 영사가 길에서 손길천 북한「올림픽」서기장을 만나 서로 『오래간만입니다』고 인사, 『어떻게 그렇게 잘 아느냐』고 기자들이 손에게 묻자 『나도 「올림픽·아타셰」가 아니겠소. 회의할 때마다 만났디오』라고 답변.
손은 북한에서 모두1백40명이 「뮌헨」에 왔고 67명의 선수가 경기에 참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북한선수들은 4∼6명씩 「그룹」을 지어 다니고 「유니폼」도 모두 푸른색으로 통일했다. 그러나 한국선수들은 제 나름대로의 복장으로 한결 자연스러운 옷차림. 먼저 와서 자리잡아 이곳 생활에 익숙한 우리선수들이 적극적인 질문과 인사를 하자 처음엔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으나 한국선수들의 우호적인 표정과 말씨를 알아차리고 분위기가 한결 부드러워졌다.
북한의 임원들도 처음엔 막막한 표정이었으나 『나는 조혜정예요, 18살 이예요』라면서 우리 선수가 밝은 웃음을 펴 보이자 『키가 꽤 크구나』라면서 조 선수의 인사를 받아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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