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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의 칼럼] 간에 혹 생겼다면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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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일환 이대목동병원 간센터 교수

진료실을 찾은 환자에게 검사 후 간에 혹이 있다고 하면 겁부터 먹는다. 일부 환자는 “간은 침묵의 장기라던데 혹이 생기면 수술도 어려운 상황 아닌가”라며 스스로 진단까지 내리고 절망한다.

간에 생긴 혹, 즉 종양은 양성과 악성 종양(간암)으로 구분한다. 문제가 되는 간암은 초기에 자각증상이 없다. 다만 복부 통증·체중 감소 등 증상이 생기면 암이 상당히 진행된 상태다. 이쯤되면 손 쓸 방도가 없어 치료가 어렵다.

따라서 간암의 원인인 만성B형·C형 바이러스성 간염, 간염 보유자(보균자), 간경변 환자는 지속적으로 검사해야 한다. 조기 발견이 완치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발병 요인이 없는 사람도 정기검진으로 간암을 조기 진단해야 한다.

간암을 찾으려면 암 표지자 검사 같은 혈액검사 및 초음파, 복부 전산화단층촬영(CT) 같은 영상검사를 해야 한다. 이후 혹이 발견되면 양성인지 악성 종양인지 구분하기 위해 조직검사가 이뤄진다. 하지만 혹이 발견될 때마다 조직검사를 할 수 없으므로 의사의 판단이 중요하다.

크기가 커지지 않는 양성 종양은 1년 정도 추적 관찰한다. 수 년간 관찰한 후 종양 크기에 변화가 없으면 사실상 치료가 필요 없다. 하지만 ▶크기가 크거나 여러 곳에서 혹이 발견된 경우 ▶크기가 점점 커지는 경우 ▶만져지거나 인접 장기를 눌러 증상이 생길 때는 치료를 받아야 한다.

양성 종양은 간낭종(물혹)과 간혈관종으로 나뉜다. 정기검진 시 흔히 발견되는 간낭종은 엄밀히 종양은 아니다. 간 내에 얇은 막으로 이뤄진 공간에 액체가 들어간 물혹이다. 증세가 거의 없으므로 대부분 치료가 필요 없다. 하지만 크기가 너무 커 불편할 경우 치료한다.

간혈관종은 간낭종을 제외하고 가장 흔한 양성 종양으로 혈관이 뭉쳐서 혹처럼 된 것이다. 건강검진 시 이뤄지는 복부 초음파에서 많이 발견된다. 복부 전산화단층촬영(CT)으로 확실히 진단한다. 하지만 드물게 간혈관종을 간암으로 오진하거나 반대로 간암을 간혈관종으로 오진하기도 한다. 간혈관종도 대개 증상이 없어 치료가 불필요하다. 다만 지속적인 추적검사를 받아야 한다.

간에 생긴 혹 중 양성 종양은 걱정할 일이 아니다. 오히려 양성 종양은 간암을 예방하기 위한 일종의 경고로 볼 수 있다. 정기검진은 혹이 있든 없든 간 건강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문일환 이대목동병원 간센터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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