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통 1년만의 결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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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수고 많으셨습니다.』 남북적십자본회담 개최의 큰길을 열고 예비회담을 매듭 지은 날, 지금까지 만1년 동안 예비회담을 치러온 남북쌍방 예비회담대표 및 관계자들은 서로의 노고를 치하하고 헤어졌다. 작년 8월12일 대한적십자 최두선 총재의 회담제의로부터 꼬박 1년서 하루가 모자라는 11일, 합의가 이루어지기까지 한적은 5차례의 파견원 접촉, 16차례의 실무자회의, 25차의 예비회담 등 멀고 까다로운 길을 넘어 역사적 남북대화의 길을 열었다.
상오 11시 수석대표 김연주씨를 선두로 한적대표들이 먼저 회의장에 들어섰으며 남북대표들은 어느 때보다도 부드러운 자세로 약 5분 동안 「카메라」의 「플래쉬」를 받았다.
양측대표들은 서로 『수고했다』는 말로 악수와 인사를 나누었고 김연주 한적 수석대표가 먼저 인사말에서 실무자대표들의 수고를 치하했다.
자유의 집 앞에는 길이 10m의 돌다리 연못이 단장됐고 한적측은 생맥주와 「아이스크림」과 각종 음료수를 준비, 남북기자들에게 「서비스」했다.
양측 대표단장의 인사말이 있은 다음 11시15분 양측 대변인이 기타절차에 관한 합의내용문서를 읽을 준비를 하자 주위는 잠시 긴장감이 돌아 물을 끼얹는 듯 조용해졌다.
『본회담의 1차 회담 장소는 평양…, 2차 장소는 서울』하고 회담장소와 일시 등 합의사항이 발표되자 회의장주변은 가벼운 흥분이 감돌기도 했다.
상오 11시37분 합의문서를 교환하고 예비회담이 끝날 무렵 양측 수석대표들은 폐회사를 먼저 하라고 양보하는 등 이례적 장면도 있었다.
김연주 한적 수석대표는 11시40분쯤 『회의가 끝났으니 12시15분에 휴식을 갖자』고 제의했으나 북적 김태희는 『발언할 것이 있다』면서 휴식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김연주 한적 대표가 『예비회담이 실질적으로 다 끝났는데 무슨 할말이 더 있느냐』면서 『김 단장이 먼저 말할 것으로 알았는데 정히 그렇다면 내가 먼저 하겠다』면서 한적 김연주 수석대표가 먼저 폐회사를 낭독, 예비회담의 막을 내렸다.
회담이 끝난 뒤 우리대표단과 수행원들은 그 동안의 무거운 짐을 벗어 홀가분한 듯 하면서도 임무가 끝난 것에 대해 서운한 표정들.
이날 회담장에는 장우주 한적회담 사무국장이 나와 지켜보았으며 『예비회담의 성공을 국민과 같이 기뻐한다』고 말했다.
예비회담을 끝낸 양측대표들은 하오 1시부터 공동휴식에 들어갔다.
공동휴식장소에서 김태희는 이날 서울시민회관서 있은 7·4공동성명지지 및 적십자회담 촉진궐기대회를 마친 9개 단체대표들이 자유의 다리에서 궐기대회를 한 것을 트집잡아 북적 대표는 『연극』이라고 우기고 한적측은 『자유의사에 의한 것』이라고 맞서 험한 대화가 한때 오갔다. 북적 김태희는 『계속 그러면 우리도 그에 대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놨다.
휴식이 계속되는 동안 회담장 주변에는 북쪽기자들이 우리측 기자들에게 인삼주 한 병과 담배 한 보루씩을 선물로 주었다.
이날 식탁에는 첫 공동휴식에 나왔던 뱀술이 또 올라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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