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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회적 합의 통해 마련한 '존엄사법' 존중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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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보건복지부가 28일 ‘연명의료 환자 결정권 제도화를 위한 인프라 구축 방안’ 공청회에서 공개한 연명의료결정법(일명 존엄사법) 초안은 사회적인 의미가 크다. 이 법률안은 환자가 의식불명 상태에 빠지기 전 자신의 의사를 표시한 사전의료의향서나 의사와 같이 작성한 연명의료계획서를 공식 문서로 간주해 이것이 있으면 의사가 연명 의료를 합법적으로 중단할 수 있도록 했다. 이런 문서가 없더라도 가족을 통해 연명 의료와 관련한 환자의 평소 언행을 추정할 수 있도록 했으며, 이마저도 없으면 가족 전원 합의로 대리 결정하는 길도 열어뒀다. 회복 불가능한 임종기 환자를 대상으로 인공호흡기·심폐소생술·혈액투석·항암제투여 등 연명 의료행위를 중단할 수 있도록 했다. 다만 수액과 영양분 공급은 중단 대상에서 제외했다.

 이 법률안은 오랫동안 사회적 논란이 됐던 ‘의학적으로 무의미한 연명치료’의 중단을 위한 법적·제도적 틀을 마련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넓은 의미로 보면 환자의 자기결정권을 존중해 불가항력적 상황에서 자신의 생을 마감하는 방법을 결정할 권리를 법률로 인정한 첫 경우이기도 하다. 이 법안이 ‘당하는 죽음에서 맞이하는 죽음’으로 가는 시금석이라는 손명세 연세대 보건대학원장의 평가에 고개가 끄덕여지는 이유다. 이 법률안이 통과되면 한 해 3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되는 연명 의료 환자들이 자신의 뜻에 따라 고통스러운 연명 의료를 중단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국내에선 이미 국회에서 2008, 2009년 이와 관련한 세 가지 법안을 발의했지만 흐지부지된 전력이 있다. 그만큼 연명치료 중단은 사회적 논란이 적지 않은 사안이다. 하지만 이번 법안은 사회적협의체·국가생명윤리위원회 등의 논의기구를 통해 폭넓은 의견 수렴과 토론 등의 과정을 거쳐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냈다는 점에서 의미가 다르다. 앞으로 나타날 다양한 사회적 논란을 해결하는 한 방법을 제시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이 법률안이 제출되면 국회가 이런 사안을 감안해 긍정적으로 심의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