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생적 입장에서 본 부모와 자녀의 관계|행동과학 연구소 이훈구씨 연구에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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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부모와 자녀간의 관계를 연구하기 위해 종래 많은 심리학자들이 효과적인 부모의 교육방법과 태도는 어떤 것이며 부모의 교육방법이 자녀에게 미치는 결과는 어떠한가를 조사해왔다.
그러나 부모가 어떠한 교육방법을 사용하든 간에 효과적인 교육을 위해서는 교육방법보다 부모와 자녀간의 기본적인 인간관계가 균형을 이루고있는지 그렇지 못한지를 밝히는 것이 중요하다.
한국행동과학연구소의 연구소 이훈구 씨는 부모와 자녀간의 기본적인 관계를 공생관계로 보는『공생 론 적 입장에서 본 부모와 자녀간의 관계』라는 논문을 발표했는데 다음은 그 내용을 간추린 것이다.
생물학에서 게와 말미잘이 서로의 이익을 위해 돕고 사는 것처럼 부모와 자녀는 공생관계를 유지한다. 즉 갓 태어난 유아는 부모에게 전적으로 의존하며 부모는 강한 애정과 보호 감으로 자녀의 성장을 돌본다.
이러한 부모자식간의 공생의식은 서로가 한 몸이라는 상호일체감까지 갖게 한다.
그런데 공생관계를 갖는 사람들은 서로 상대편에 공생요구를 하게되며 그 공생요구의 정도는 사람에 따라 다르기 마련이지만 그 정도가 서로 큰 차이가 날 때 공생관계는 불균형이 된다.
예를 들면 어머니가 아들에게 예술가가 되기를 기대하는 반면, 아들은 운동선수가 되고자 할 경우 모-자의 관계는 불균형이다.
마찬가지로 공생관계에 있는 부모와 자녀가 서로 상대방의 역할에 거는 기대가 현저히 다르면 불균형이다.
즉 자녀가 부모에게 가정에 충실할 것을 바라는데 부모는 돈을 버는 데만 열중하는 경우를 들 수 있다.
일반적으로 공생관계에 있는 사람들은 서로 깊은 일체감과 유대의식을 갖고 의지하며 살아가므로 외부에서 강한 압력을 받을 때는 더욱 공생관계가 굳어진다. 반면 의부의 압력을 이겨낼 수 없다고 생각하면 함께 공사를 택하게 된다.
백제의 계백 장군이 전장에서 살아올 수 없음을 깨닫고 출정직전 부인과 자녀를 모두 죽인 사화는 공사를 입증하는 예이다. 또한 신문 사회면에 흔히 나타나는 일가족 집단자살의 사례도 그것이다.
지난 62년∼66년까지 여러 신문에 보도된 2백2명의 자살가족을 조사, 분석, 자살유행을 셋으로 나눴다. 결혼한 부부가 자녀를 데리고 자살하는 일가족 집단자살, 자녀를 남겨 놓고 자살하는 부부 단독자살, 자녀가 없는 부부의 무 자녀 부부자살이 그것이다.
그 결과 집단이 전체의 61%, 부부단독이 30%로 집단의 반쯤이 되고 무 자녀 부부의 경우는 불과 9%로 나타났다.
그 외 중요한 결과를 보면 자녀를 남기고 부부만 죽는 자살은 학력이 높은 부모일수록, 또 시골보다 서울이 제일 많은 것으로 보아 농촌에 사는 부모의 공생요구가 서울의 부모보다 높다는 점, 자녀의 나이가 많을수록 일가족 집단자살이 적다는 점이 지적된다. 또한 자녀의 수가 많을수록 부모는 그만큼 심리적인 부담을 느끼므로 일가족 집단자살이 적다.
세 가지 자살유형 중 집단자살과 부부단독자살의 이유로는 생활고가 가장 높은데 비해 무 자녀 부부자살의 경우는 가정불화가 첫손에 꼽혀 대조를 이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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