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재벌 압박 세지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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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공정거래위원회 22년 역사상 처음으로 관료가 아닌 학자 출신이 위원장을 맡게 됐다. 그만큼 정부의 재벌 개혁 의지와 힘이 실린 인사라는 평이다. 강철규 신임 위원장은 재벌을 해체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펴온 인물이다.

청와대 정찬용 인사보좌관은 9일 "경실련에서 경제정의연구소장을 맡아온 姜위원장은 경제정의와 반부패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져온 대표적 개혁인사"라고 설명했다.

姜위원장은 DJ정부의 재벌개혁이 논란이 됐던 1999년 5월 한국경제연구원 토론회에서 "선단식 경영을 독립경영으로 전환하는 것은 자유시장 경제의 토대를 만드는 것"이라며 "정부가 재벌의 반발을 의식해 재벌 해체가 아니라고 변명하는 것은 문제해결의 의지가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도 "시장 원리를 저해할 경우 새롭게 규제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해 공정위의 재벌 압박이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당장 기업들의 관심은 다음달에 시작될 삼성.LG.SK.현대 등에 대한 부당 내부거래 조사의 범위와 강도다. 공정위는 구체적인 조사 초점과 대상 계열사를 정하지 못한 상태다. 한 그룹 관계자는 "아무래도 더 강도높은 조사가 실시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공정위의 한 관계자는 "공정위는 사법적인 기능이 많기 때문에 법률 지식이 중요하다"며 "원칙만 앞세우다 공정위 처분이 법원에서 뒤집히면 신뢰를 더 잃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姜위원장은 부패방지위원장 취임 3개월 만에 전.현직 장관 3명을 부패 혐의로 고발했다가 검찰.법원으로부터 무혐의 판정을 당하는 낭패를 보기도 했다.

그러나 일각에선 많은 개혁파 학자 중 姜위원장을 선택한 것은 개혁은 하되 속도는 조절한다는 대통령의 의도가 반영된 것이란 분석도 나오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개혁성뿐 아니라 방법과 속도를 얼마나 합리적으로 잘 조화시켜 나갈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는 게 노무현 대통령의 주문"이라고 밝혔다.

이수호.김영훈 기자

*** [바로잡습니다] 3월 10일자 E2면 기사 중

3월 10일자 E2면의 '강철규 공정위원장 임명에 재계 긴장' 기사 중 '법률 지식 없어 우려도'란 제목은 기사 본문의 취지와 달리 오해의 소지가 있어 이를 취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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