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공교육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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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감격은 짧고 대결은 길다. 그렇기에 우리는 7월4일의 경악과 흥분의 순간 다음에 혼란의 여파가 길게 꼬리를 끌어서는 안된다고 믿는다. 남북공동성명이 하나의 충격이었다면 그럴수록 우리는 이제 우리들의 오늘의 위치를 냉철하게 다시 살피고 내일의 대결을 위해서 대열을 재정비해야 할 때다.
남북공동성명은 분명 지금까지 「대화 없는 대결」속에서 4반세기 동안이나 지속되던 남북관계를, 다만 기대반과 소정악의 흑·백관계로만 인식하도록 배워온 일세 국민의 의식에 대해 하나의 커다란 충격이었음이 사실이다. 따라서 7·4성명이후 한반도에「대화속의 대결」이라는 새로운 시대가 시작되었다면 이같이 우리에겐 전혀 익숙치 못한 상황전개가 특히 사회·문화·교육면에 미치게 할 충격파를 결코 과소평가해서는 안될 것이다. 이미 각급학교에서 반공·도의 등의 교과목을 담당하고 있는 일선교사들이 당장 여러 가지 어려움에 부딪히고 있다고 전해지고 있다.
우리는 이같은 위격과 혼란의 영향을 극소화하기 위해서 지체 없이 정책결정 당국이 새로운 상황에 적응하는 호칭, 용어의 책정 등을 포함한 전반적인 반공산과 운영기본지침을 제시하도록 촉구해 마지않는다.
국민의 사회·문화·교육의 넓은 영역은 정치의 세계와는 달리 갑작스런 비약이나 단속이 있을 수 없으며 또 있어서도 아니된다. 그러기에 우리는 7월4일 이후 무엇이 달라지고 달라져야 하며, 또 무엇이 달라지지 않고 또 달라져서는 안되는가 하는 것을 분명히 해두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
달라진 것은 평화통일이라는 장기 적대 목표를 향해서 지금까지는 전면 행정내지 전면무시를 해오던 「평양」집단을 단기적 내지 중기적인 대화 및 협상의 상대로 받아들였다는 사실뿐이다. 대화의 상대가 누가 되었건 한반도에 있어서의 오늘의 대화와 앞날의 통일 과업을 위해서 부정의 원만 대신에 새로이「협상의 원천」이 도입된 의미를 분명히 설명해 주어야하는 것이다.
달라지지 않은 것은 우리들이 여전히 자유민주주의의 기본이념을 신봉하고 있다는 사실이요, 「평양」집단은 계속 마르크스·레닌주의를 신봉하는 공산독재체제라는 사실이다. 7·4공동성명 또한 이같은 기본입장에는 추호의 변화를 가져오는 것은 아니다. 남과 북의 대화는 서로의 원칙의 양보·유화 또는 포기 위에서 이루어진 것이 아니며 오히려 피아의 기본원칙의 확신이 있음으로 해서 더욱 필요해졌다고 보아야할 것이다. 새로운 것은 오직 협상의 원칙·안협의 원칙이 도입되었다는 것이요, 그것은 결코 원칙의 안협· 원칙의 협상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대화속의 대결」의 시대에 있어 우리들의 대공자세의 기본은 바로 여기에 있다.
대화를 가능케 하기 위해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지금까지 거의 외면하고 있던 상대방의 정체를 똑똑히 알아야만 한다. 이 점에서 앞으로의 반공 교육은「지공」고육인 동시에 그 모순개념으로서의 보다 철지한 민주시민 교육이어야 할 것이다.
한편 우리는 대화를 가능하게 하기 위해서는 더욱 우리들의 기본이념과 원칙을 굳게 견지하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 그럼으로써 반공교육은 참된 교육이 될 것이다. 철저한 반공을 통해서 비로소 중립을 유지하고 있는 스위스·오스트리아 두나라가 외교적 중립과 이데올로기의 중립을 준비하고 있음은 교훈적이라 할 것이다.
바로 공산주의자와의 대화를 가능케 하기 위하여 반공을 위한 이념교육의 새로움이 빨리 개발되고, 그것이 한층 강화되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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